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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작년에 이야기했으면 올해 은퇴 안 했을 텐데…"
롯데 자이언츠를 넘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간판스타' 이대호는 지난 시즌에 앞서 FA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은퇴 시점을 예고했다. 이대호는 2년 내로 롯데에서 우승을 거둔 후 유니폼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이대호는 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남자가 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은퇴에 대한 변함없는 뜻을 드러냈다.
성적만 놓고 보면 은퇴를 앞둔 선수가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이대호는 올해 114경기에서 143안타 17홈런 74타점 43득점 타율 0.330 OPS 0.870을 기록 중이다. 타율은 리그 전체 3위, 안타 공동 4위, 홈런 공동 8위, 타점 공동 9위, OPS 7위를 달리는 중이다. 대부분의 타격 지표가 리그 최상위권에 랭크돼 있다.
이대호의 좋은 활약에 수많은 팬들은 그의 은퇴를 반대하고 있다. 이는 야구인들도 마찬가지다. 김원형 SSG 랜더스 감독은 "은퇴 시즌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다. 팬들은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추신수도 "정말 가까운 친구가 은퇴를 한다니 '나도 이제 그런 나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호가 은퇴를 번복할 수 있는 요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대호는 28일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TV에 본인이 나왔을 때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요즘 예서(딸)와 예승(아들)이가 너무 좋아한다"고 말 문을 열더니 "아이들이 갑자기 올해부터 (내가 야구를 하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미치겠다"고 농담 섞인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대호가 은퇴를 결심한 배경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지만, '가족'의 요소도 비중이 컸다. 이대호는 지난 4월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내 은퇴를 좋아한다. 아빠가 옆에 있어주기 때문. 그동안 주말에도 함께 놀아주지 못했다. 아이들 친구들은 주말에 여행도 가고, 놀이동산도 가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은퇴를 한 뒤에는 아이들이 많이 놀아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야구를 좋아기 시작한 것.
이대호는 "작년까지는 아이들이 야구에 관심도 없었는데, 올해 재미를 붙였다. 갑자기 야구를 더 하라고 한다. 작년에 이야기했으면 올해 은퇴를 안했을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으면서도 "남자가 말을 뱉었기에 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너무 아쉬워 한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전날(28일)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은퇴투어 경기에서 2승 2패를 기록하게 됐다. 그는 "올스타전 때 최준용이 맞아서 2승 3패다. 성적이 조금 좋지 않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정규시즌은 2승 2패다. 팬들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 선수들도 나도, 팬들도 포기하지 않고 한 경기씩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다. 한 경기, 타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 이대호가 28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진행된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롯데-SSG의 경기 3회말 1사 1루에서 안치홍의 2루타 때 3루까지 진루하고 있다. 사진 = 인천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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