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김진성 기자] “눈치보지 말고, 여유 있게 하면 좋겠다.”
KIA가 충격의 8연패에 빠졌다. 20일 광주 LG전 9회 9실점은 큰 의미 없었다. 이미 8회초에 박찬호의 결정적 악송구로 결승점을 내주면서 분위기가 LG로 넘어갔다. 그리고 그 실책 하나만큼 뼈 아팠던 건 7회와 8회 잇따라 1사 만루 찬스를 놓친 ‘불방망이’였다.
KIA의 8연패 과정을 돌아보면 타자들의 득점권 침묵이 결정적이다. 9월 득점권타율 0.229로 리그 8위다. 시즌 득점권타율 0.270(5위)에 비해 확연히 떨어진다. 물론 불펜 투수들이 갑자기 대량 실점해서 김이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타자들이 경기흐름을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KIA는 여전히 대부분 시즌 팀 타격 지표에서 1~2위를 다툰다. 그러나 말 그대로 전체의 데이터이고, 순위다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9월에는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내부적으로도 원인을 찾고 해결하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계속 꼬이는 분위기다.
급기야 김종국 감독이 20일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을 소집, 미팅을 했다. 김 감독은 “눈치 보지 말고, 여유 있게 하면 좋겠다. 득점권서 한 점, 한 점 뺀다는 생각을 하면 된다”라고 했다. 김 감독 역시 보통의 팀들처럼 감독이 직접 소집하는 미팅을 선호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수들이 더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이 선수단 미팅을 직접 소집한 건 그만큼 팀이 위중한 상황이며, 경기가 풀리지 않아 괴로워하는 선수들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김 감독의 타자들 ‘공개적 위로’는 통하지 않았다.
KIA 타자들은 득점권서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LG 포수 유강남은 7회 1사 만루, 고종욱 타석을 돌아보며 “워낙 공격적인 타자라서 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정도 타이밍이면 승부가 가능하겠다. 바로 직구로 갔다”라고 했다. 실제 이정용은 공 4개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고종욱이 패스트볼과 커브 모두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자 속전속결 승부를 했고, 통했다.
심지어 고종욱 이후 타석에 들어선 박찬호는 커브-슬라이더-슬라이더에 삼구삼진을 당했다. 2구까지 루킹 스트라이크를 당하다 3구 바깥쪽 유인구에 어정쩡하게 헛스윙하고 말았다. 그만큼 KIA 타자들이 전반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증거다.
미팅 이후에도 KIA 타자들은 조급했다. 영리한 유강남은 KIA 타자들의 심리 상태를 놓치지 않았다. 정우영은 8회 1사 만루서도 김선빈과 박동원을 볼 3개로 범타 처리했다. 6개의 공 모두 투심이었다. 김선빈과 박동원은 대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KIA 타자들이 악순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분위기다. KIA로선 6위 NC가 20일 두산에 패배한 게 다행스러울 정도였다. NC에 1.5경기 차 살얼음 리드에, 7위 삼성에도 2.5경기 차로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KIA는 전반기 막판부터 꾸준히 5위를 지켰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 다 잡은 포스트시즌 티켓을 날리고 ‘폭망’할 위기다. 나성범, 양현종, 박동원 영입을 위해 무려 263억원을 썼다. 그럼에도 5위도 하지 못한다면 뉴 타이거즈의 방향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일단 8연패부터 끊어야 한다.
[KIA 선수들과 덕아웃.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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