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가장 필요한 포지션? 포수라고 말하고 싶다"
이승엽 감독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취임식을 갖고 두산 베어스 제11대 사령탑으로서 임기를 본격 시작했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을 통해 '포수'를 취약 포지션으로 꼽으며, 전력 보강을 역설했다.
두산은 지난 7년간 '왕조'의 길을 걸었다. 김태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부터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더니 KBO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해당 기간 두산은 한국시리즈 우승 3회, 준우승 4회의 엄청난 업적을 달성했다.
프로 스포츠에서 '성적' 만큼 빛나는 것은 없다. 두산은 훌륭한 성적을 거두면서 남들이 품지 못하는 '명예'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실리는 크게 없었다. 매년 신인드래프트 지명 순번이 최하위권에 머무르면서 유망주 수집에 애를 먹었다. 그리고 뛰어난 활약을 펼친 주축 선수들이 하나둘씩 팀을 떠났다.
두산은 지난 8년간 양의지, 박건우, 이용찬(이상 NC) 김현수(LG), 오재일(삼성), 최주환(SSG) 등 핵심 선수들이 FA(자유계약선수)를 통해 새 둥지를 찾아 떠났다. 가장 최근 영입한 자원은 지난 2015년 4년 총액 84억원에 품은 장원준이 유일했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에도 두산이 최근 7년간 가을무대를 밟을 수 있었던 원동력은 '화수분 야구'였다. 2군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선수들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준 덕분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마저도 크게 빛을 보지 못했고, 창단 첫 9위와 최다패의 수모를 겪었다.
두산은 올 시즌이 끝난 뒤 발 빠르게 움직였다. 8년간 한솥밥을 먹었던 김태형 감독과 동행에 마침표를 찍었고,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이승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두산은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를 통해 두산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이승엽 감독은 취임식에서 올해보다는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올 시즌 9위를 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 왜 9를 했는지, 무엇이 문제점인지 생각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며 "내년에는 단단하고 실수하지 않는 야구를 통해 예전 두산의 활기찬 모습을 만들고 싶다. 올해보다는 훨씬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겠다는 것은 약속드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두산의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이승엽 감독은 취약포지션을 묻자 주저 없이 포수를 꼽았다. 사령탑은 "박세혁이 FA다. 나는 포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좋은 포수가 있으면, 투수와 야수들이 편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가장 필요한 포지션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포수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승엽 감독이 '포수'를 꼽은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올 시즌이 끝난 뒤에는 박세혁을 비롯해 양의지와 박동원(KIA), 유강남(LG), 이재원(SSG) 등 굵직한 포수 자원들이 FA 시장에 나온다. 최대어는 단연 양의지다. 양의지는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뒤에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고, 수차례 골든글러브를 품는 등 기량면에서는 여전히 KBO리그 최정상급 선수다.
두산은 왕조의 길을 걷는 동안 양의지와 박세혁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포지션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양의지는 일찍이 팀을 떠났고, 박세혁도 FA 자격을 얻게 됐다. 현재로서는 박세혁을 붙잡을 수 있다고 장담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박세혁의 잔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두산은 장승현과 안승한 등의 선수로 시즌을 치러야 한다.
이승엽 감독은 "FA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구단에) 말씀드린 것은 없다"면서도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포수라고 말씀을 드렸다"고 밝혔다. 두산이 김태형 감독 취임 때와 마찬가지로 이승엽 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승엽(46) 감독이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제 11대 두산 베어스 감독 취임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양의지, 박세혁, 유강남, 박동원. 사진 = 잠실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