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빅네임 감독 시대가 돌아왔다.
KBO리그 감독 지형도가 다시 바뀌고 있다. 히어로즈가 2013년 염경엽 감독을 선임하면서 ‘실무형-소통형’ 감독이 대세로 떠올랐다. 그러나 2022년 가을, 두산의 이승엽 감독 선임부터 LG의 염경엽 감독 선임까지 ‘빅네임 감독’ 시대가 다시 열릴 조짐이다.
KBO리그 감독은 1982년 태동 이후 2010년대 초반까지 줄곧 스타들의 전유물이었다. 프로 초창기를 지난 뒤 어지간한 성적으로는 감독 후보군에도 끼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후반까지는 빅네임 감독의 ‘카리스마’가 팀을 하나로 모으는 핵심 키워드로 분류됐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감독 제왕시대를 지나 현장과 프런트의 관계를 수평적으로 맞추려는 움직임이 늘어났다. 프런트의 전문성이 주목받기 시작했고, 빅네임의 단장 부임도 잇따랐다. 자연스럽게 감독의 활동 반경은 철저히 현장으로 제한됐다.
이 과정에서 소통형, 실무형 사령탑이 속속 등장했다. 이젠 빅네임 감독이지만 10여년 전만 해도 염경엽 감독은 무명이었다. LG에서 운영팀장, 외국인담당, 수비코치 등을 맡다 넥센으로 이적해 감독까지 오른 스토리는 야구계에서 유명하다.
이후 롯데 이종운, 허문회 전 감독, 키움 장정석 전 감독을 거쳐 NC의 이동욱 전 감독과 삼성의 허삼영 전 감독으로 이런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렀다. 그러나 약 10년만에 다시 흐름이 바뀔 조짐이다.
소통형, 실무형 감독이 정작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끈 사례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동욱 전 감독(2020년 NC 통합우승)이 사실상 유일하다고 봐야 한다. 프런트에 힘이 실리면서 현장과의 마찰이 수면 위로 오른 허문회 전 감독 케이스도 있었다. 장정석 전 감독이 KIA 단장으로 영전한 케이스를 제외하면 현재까지 생존 중인 인사가 거의 없다.
두산이 리빌딩이 필요한 시기에 이승엽 감독을 선택한 게 터닝포인트가 됐다. 빅네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프런트와 파워게임을 벌일 것이라는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구성원들과 소통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염경엽 감독은 무명에서 빅네임 감독이 됐지만, 아직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이 되지는 못했다. 실무형 감독으로 보낸 수년간의 시간, SK에서 단장 및 감독을 역임하며 겪었던 아픔 등이 오히려 LG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게 끝이 아니다. 빅네임 감독 시대의 절정은 아직 찾아오지 않을 것일 수도 있다. 올 시즌까지 두산에서 8년간 재임하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김태형 전 감독의 복귀는 시간문제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2023시즌이 아니더라도 시간은 충분하다. 누구보다 이길 줄 아는 사령탑으로서, 능력으로 빅네임 감독이 된 케이스다.
이번에 LG행이 소문에서 그친 선동열 전 감독 역시 어느 팀이든 잠재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빅네임 감독 후보다. 선 전 감독은 시작부터 빅네임이었지만, 긴 세월을 거쳐 단단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이버 매트릭스, 트래킹 데이터 등 최신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모습도 호평 받는다.
한 야구관계자는 흐름의 변화를 간략히 정리했다. “빅네임이든 실무형이든 감독에게 중요한 건 능력”이라고 했다. 빅네임이든 실무형이든 준비된, 능력을 갖춘 인사라면 누구든 감독에 오를 수 있는 시대라는 의미다. 요즘에는 감독 인선에 ‘정치’가 개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면 신빙성이 있는 얘기다.
[위에서부터 이승엽 감독, 염경엽 감독, 선동열 전 감독, 김태형 전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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