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찾았어요.”
LG에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외국인타자 로베르토 페타지니가 뛰었다. 지금도 LG 역사상 가장 성공한 외국인타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8시즌 중반, 투수 제이미 브라운을 내보내고 영입한 모험수가 제대로 통했다.
당시 페타지니는 이미 37세로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본프로야구에서 검증된 실력이 어디로 도망가지 않았다. 페타지니는 야쿠르트 스왈로즈 시절이던 1999년과 2001년에 홈런왕을 차지했다. 2001년에는 센트럴리그 MVP까지 선정됐다.
실제 2008년 68경기서 타율 0.347 7홈런 35타점 29득점, 2009년 115경기서 타율 0.332 26홈런 100타점 62득점을 기록했다. 2009시즌에 타율과 홈런 6위, 타점 3위에 오르며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팀이 암흑기의 최절정이라서 포스트시즌에 볼 수 없는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 페타지니의 영입에 앞장섰던 인물이 6일 LG 사령탑으로 공식 발표된 염경엽 감독이다. 염 감독은 태평양에서 은퇴한 뒤 현대에서 프런트 생활을 하다 LG로 이적했다. LG에서 운영팀장, 수비코치도 맡았지만, 외국인 담당도 역임했다.
염 감독은 넥센 사령탑 시절에 몇 차례 페타지니 영입 ‘비화’를 취재진에게 알려줬다. 자신의 자랑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음지에서 고생하던 시절이 길었다는 게 핵심이다. 애당초 투수를 찾으려고 했다가 타자로 급선회했다. 미국, 남미 전역을 돌아다니며 찾고 또 찾은 선수가 페타지니였다.
세월이 흘러 염 감독이 LG로 돌아왔다. 그 사이 염 감독은 넥센, SK 사령탑, SK 단장, KBO 기술위원장과 스포츠케이블방송사 해설위원 등 더 많은 경험을 쌓았다. 비록 한국시리즈 우승 경력은 없지만, 야구판에 염 감독만큼 선수 은퇴 후 다양한 위치에서 다양한 보직을 맡아본 사람은 드물다. LG는 염 감독의 세월에 켜켜이 쌓인 자산을 믿고 ‘우승청부사’ 감독이 돼 달라고 선언했다.
LG의 전력은 SSG와 리그 최강을 다투는 수준이다. 선발, 불펜, 타선, 수비, 백업, 전력분석 등 각종 지원 등에서 리그 최고다. 당장 FA로 풀리는 몇몇 선수도 있지만, LG는 붙잡을 능력이 있는 팀이다.
최근 단 하나 아쉬운 게 외국인타자다. 올 가을 야시엘 푸이그(키움)가 펄펄 날며 키움에 한국시리즈 티켓을 선물하는 모습을 눈 앞에서 지켜봐야 했다. LG는 2020년 로베르토 라모스가 38홈런을 친 것을 제외하면, 근래 들어 외국인타자로 전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저스틴 보어, 리오 루이즈, 로벨 가르시아 모두 ‘폭망’했다.
2023시즌 LG의 29년만의 우승 도전도, 염 감독의 커리어 첫 우승 도전도 핵심은 외국인타자다. 염 감독이 13~14년 전처럼 직접 외국인타자를 구하러 다닐 일은 당연히 없을 것이다. 어쨌든 LG와 염 감독의 성공은 페타지니급 외국인타자의 스카우트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가 13~14년 전 페타지니 같은 위압감 넘치는 외국인타자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더 이상 실패하면 안 된다.
[페타지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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