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본인도 한국시리즈서 세이브를 할 것이라고 예상했을까.
키움은 올 시즌 6선발을 5선발로테이션으로 운영했다. 원투펀치 안우진과 에릭 요키시에게 등판 순번을 확실하게 지켜줘야 했기 때문에, 나머지 선발투수들(타일러 애플러, 최원태, 한현희, 정찬헌)의 등판 간격이 불규칙적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컨디션 관리도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들어 이들 4인방의 희비가 엇갈린다. 우선 한현희와 정찬헌은 KT와의 준플레이오프 이후 더 이상 중용되지 못한다. 정찬헌의 제외가 의문으로 남지만, 한현희는 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했다.
반면 애플러와 최원태는 포스트시즌서 키움 마운드의 보배로 거듭났다. 애플러는 KT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 5이닝 6피안타 5탈삼진 1볼넷 1실점(비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LG와의 플레이오프서도 1차전과 4차전에 선발 등판, 1승1패 평균자책점 2.00으로 맹활약했다.
그리고 SSG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 5이닝 6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볼넷 5실점으로 패전을 맛봤다. 그래도 포스트시즌 4경기서 2승2패 평균자책점 3.32로 괜찮은 활약이다. 올 시즌 최저연봉(40만달러) 외국인선수라는 걸 감안할 때 ‘가성비 갑’이라고 봐야 한다.
더 놀라운 선수는 최원태다. 2015년 1차 지명으로 입단한 뒤 구단이 오랫동안 선발투수로 육성해왔다. 사실 거의 매 시즌 잔부상이 있었고, 기복도 심했다.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래도 선발투수를 놓은 시기는 없었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은 사실상 시즌 막판부터 최원태를 불펜으로 기용했다. 잔부상으로 잠시 휴식기를 가진 뒤 여유 있는 잔여일정에 컴백, 자연스럽게 불펜에 가세한 뒤 포스트시즌에도 아예 불펜으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구원투수 최원태가 꽤 위력적이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 3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3.86, LG와의 플레이오프 2경기서 2홀드 평균자책점 제로에 이어 SSG와의 한국시리즈 3경기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제로다.
KT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1이닝 1실점한 뒤 7경기 연속 비자책이다. 4일 한국시리즈 3차전서 1실점했으나 비자책이었다. 마무리 김재웅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최근 에너지가 뚝 떨어졌고, 급기야 한국시리즈 4차전서 세이브를 따냈다.
최원태는 힘 있는 투심이 최고 무기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7.2km. 짧은 이닝을 전력으로 투구하면서 공에 힘이 더 붙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중 1~2구종을 집중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한국시리즈 기간에 홍원기 감독에게 최원태를 선발로 쓸 생각은 안 했는지 묻자 “전혀 안 했다”라고 했다. 선발투수가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불펜으로 돌아서서 좋은 흐름, 리듬을 보여주는 투수를 굳이 다시 선발로 쓸 필요성은 없다고 봤다. 또한, 김재웅이 지치면서 현 시점에서 최원태는 김동혁과 함께 가장 믿을 수 있는 카드다.
이번 한국시리즈서 세이브는 4차전 최원태가 유일하다. 한국시리즈에 들어가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을까. 올 시즌 26경기서 7승5패 평균자책점 3.75로 존재감이 부족했던 걸 가을야구의 강력함으로 완벽하게 메운다. 그렇다고 훗날 전문 구원투수로 뛸 일은 없는 만큼, 최원태에게 올 가을은 소중한 경험의 시간이자 자신감을 회복하는 시간이다.
[최원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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