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SBS 뉴스 유튜브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이태원 참사 늑장·부실 대응 의혹을 받아 피의자로 입건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 대한 옹호, 지지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업무태만과 늑장 보고 등 부실 대응 정황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경찰 지휘부와는 결이 다르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최 서장을 향한 경찰 수사가 부당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8일 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는 최 서장 입건 소식이 전해진 전날부터 이날까지 그를 응원하는 글이 600건 가까이 올라왔다.
이태원 참사 직후만 해도 당일 새벽 내내 사상자 구조에 나섰던 구조대원을 격려하는 내용의 글이 조금씩 올라오는 정도였지만, 최 서장을 향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가 시작되자 게시글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은 작성자명을 실명으로 적거나 ‘서초구민’ 등 거주지를 명시하는 방식으로 거리낌 없이 자신을 드러냈다.
최 서장을 향한 응원은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쏟아졌다. 부산시민, 제주도민, 전주시민, 천안시민, 포항사람 등 사는 지역을 작성자명으로 쓴 이들이 다수 보였다. 작성자명을 ‘열 받는다’ ‘울분에 찬 시민’ ‘화가 난다‘ 등으로 적어 직접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이들도 많았다.
▲사진 = 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 ‘칭찬합시다’ 게시판 캡처
한 누리꾼은 “이번 (입건) 조치로 인해 느껴지는 분노를 표현할 곳이 없어 이곳에 글을 남긴다”며 “최근 뉴스를 접한 뒤 일선 현장에서 고생하신 분들의 노고를 이런 식으로 대우한다는 사실에 분노가 차올랐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현장을 넘나들며 정신적인 고통과 아픔을 묵묵히 견뎠어야 할 분들에게 어찌 이 나라는 형사 조치를 한다는 말이냐”면서 “국민은 여러분들의 편이다. 언제나 국민을 지켜주셨듯 이제는 저희 모두 하나가 돼 지켜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최 서장을 지지하는 이들은 “표창해도 모자랄 판에 입건이라니, 참담한 마음” “서장님 이하 구조대원 분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국민이 알고 있다” “힘내셔야 한다” “용산소방서 서장님, 감사합니다” “누구보다 열심히 대응해 주셨다” “당신의 떨리던 손을 기억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특히 참사 직후인 지난달 30일 새벽 현장 브리핑에서 손을 떨면서도 차분하게 설명을 이어간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이 많았다.
중앙부처와 경찰 지휘부를 지적하는 의견도 여럿 있었다. 자신을 서울시민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소방당국이 초동 대처에 미흡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입건돼야 할 사람이 있다면 가장 큰 책임이 따르는 행안부 장관”이라며 “이번 정부에서 경찰 지휘권을 가지고 간 이들부터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질타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서울소방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최 서장의 입건을 ‘꼬리 자르기식 수사’로 규정했다. 서울소방노조는 “지휘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꼬리자르기식 희생양을 만든다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와 경찰 지휘부는 빠진 채 실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수사는 이 사태를 제대로 인식한 결과인지 분노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용산소방서장은 사고 당일 자원해서 이태원 119센터에서 대기했다. 사고 접수 후에는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가 지휘했던 사람”이라며 “그런데도 경찰청 특수본은 압수수색 한 후 용산소방서장을 피의자로 입건해버렸다”고 지적했다.
최 서장은 참사 당일 사고 발생 시각인 오후 10시15분 이전인 오후 7시10분쯤부터 이태원 일대에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이태원119안전센터 등에서 핼러윈 데이 기간 안전 근무를 하던 직원들을 격려하다 사고 발생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바로 달려갔다고 한다.
최 서장이 현장에 도착한 시간은 신고가 접수된 지 13분이 지난 오후 10시28분이다. 이태원119안전센터에서 사고가 발생한 골목 입구까지 직선거리는 불과 210m지만 당시 일대에 몰려든 인파 탓에 이동이 더뎠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전날 최 서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최 서장은 사고 당시 119 신고가 쇄도했는데도 적절한 구조 행위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소방은 이태원 참사 발생 전 약 4시간 동안 경찰이 112신고 11건 중 2건에 대해 공동 대응을 요청했지만 현장에 출동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최 서장을 상대로 참사 당일 소방 대응 단계 상향 조치를 적절하게 취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 관할인 용산소방서가 아닌 종로소방서가 먼저 도착한 이유도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 소방행정을 총괄하는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특수본은 지난 2일 용산소방서 상황실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8일 최 소방서장 집무실을 찾아 영장을 제시하고 휴대전화와 업무수첩 등을 확보했다. 최 서장은 아직 경찰로부터 소환조사 일정을 통보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