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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페이스북 캡처
[마이데일리 = 김성호 기자]인터넷 매체 두 곳이 이태원 참사 사망자 명단을 공개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천안함 사건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연구했던 교수가 명단 공개를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헤럴드경제에 따르면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금 상황에서 이름 공개로 유가족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제가 세월호 참사와 천안함 사건의 생존자 트라우마를 연구했던 사람이라는 이유로 이태원 참사 이후 여러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응하지 못했다"며 "그날 밤 이태원을 생각하는 일만으로도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어떤 포스팅도 기고 글도 쓰지 못했던 것도 같은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유가족으로부터 모두 동의를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피해자들의 이름을 공개하겠다는 언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멈추셨으면 좋겠다"고 명단 공개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김 교수는 "이태원 참사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에게는 그날의 기억이 어쩔 수 없이 거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면서 "(유가족들은) 평생 그 기억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 시점에서 유족에게 필요한 건 안정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트라우마는 전쟁이든 교통사고든 성폭행 사건이든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대한 충격을 받는 일"이라며 "그 상황을 경험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금부터는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원하지 않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안정"이라고 밝혔다.
또 "참사를 두고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장 크게 상처받은 사람들을 돌보는 일"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그 이름 공개로 유가족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만약 그 공개가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정의가 누구의 자리에서 바라본 정의인지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한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두 곳은 이태원 참사 피해자 155명 명단을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며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대해서는 깊이 양해를 구한다"고 글을 올렸다.
김성호 기자 shkim@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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