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소공동 김진성 기자] “아버지의 아들로 살아왔는데, 오늘을 계기로 내 야구인생은 내 이름으로 잘 살아갈 것이다.”
KBO리그 최고타자 이정후는 17일 KBO리그 시상식에서 타격 5관왕 및 MVP를 수상한 뒤 아버지 이종범 LG 코치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아버지를 넘으려면 두 가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는 MVP, 또 하나는 해외 진출이다”라고 했다.
하나를 해냈으니, 이제 야구선수로서 아버지에게 한 발자국 다가갔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아버지와 똑 같은 24세의 나이에 MVP에 선정됐다. 이정후는 “나도 신기하다”라고 했다. 2023시즌 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가면, 아버지를 넘어 자신만의 야구역사를 또 한번 다시 쓴다.
이정후는 이제서야 당당하게 얘기했다. “그동안 아버지의 아들로 살았는데 오늘을 계기로 내 야구인생은 내 이름으로 잘 살아갈 것이다. 아버지는 그냥 엄마와 잘 살면 좋겠다. 엄마는 내가 지켜드리겠다”라고 했다.
이정후는 공개석상에서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더 많이 거론한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워낙 부각된 탓에, 어머니의 헌신이 묻히는 게 안타깝고 미안했던 모양이다. 정작 시상식장에서 만난 이정후의 어머니는 “아빠가 더 고생했다”라고 했지만, 이정후는 “엄마가 더 주목 받아야 한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이정후가 아버지 이종범 코치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이종범이란 사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 역시 이정후다. 이정후는 “이제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 알 것 같다”라고 했다.
무슨 얘기일까. 이정후는 “지금도 아버지는 내가 잘한다고만 말하신다. 처음에 야구할 때는, 못하면 쫓아낸다고 했다. 그 말을 왜 했는지 알 것 같다”라고 했다. 이종범 코치는, 아들이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 속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을 우려했다.
이정후도 인정했다. “솔직히 어릴 땐 그랬다. 그래도 내가 야구를 하는 게 너무 좋으니까 잘 넘길 수 있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아버지가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에 대해 일절 말을 안 하고 참아줬다. 중학교, 고등학교, 프로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참기 쉽지 않았을 텐데, 항상 친구 같이 좋은 말만 해줘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종범 코치가 아들에게 야구 얘기를 안 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정후를 이끌어주는 지도자들이 있는데 자신이 굳이 아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말로는 자신의 인생을 살겠다고 했지만, 이종범-이정후 부자는 야구에 관한한 ‘이심전심’이다.
그런 이종범 코치는 정작 현장에 올 수 없었다. LG 지도자로서 이천에서 마무리훈련을 지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직장인이라, 저녁에 집에서 만날 것 같다. (MVP 기념으로)엄마, 아빠에게 뭐라도 사드릴 수 있다”라고 했다.
[이정후. 사진 = 소공동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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