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파울루 벤투호에 '1승 제물'은 어떤 팀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조편성이 이뤄지자 한국은 어느 정도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 E조에서 빠진 것에 대한 안도의 한숨이었다. 일본이 독일,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E조에 묶였다. 한국은 최악의 조를 피해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와 H조에 편성됐다. 어려운 조이기는 하지만 일본 보다 나은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
조편성이 완료되자 바로 16강 진출 가능성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16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1승 이상이 필요하다. 때문에 월드컵 조편성이 이뤄질 때마다 1승 제물을 찾아 나서기 바빴다.
이번에는 아프리카의 복병 가나가 선택됐다. 많은 전문가들과 팬들이 16강에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나전 1승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H조에서 누가 봐도 가장 해볼 만한 팀이 가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을 봐도 가나는 포르투갈(9위), 우루과이(14위) 보다 한참 낮은 61위다. 심지어 한국(28위) 보다 랭킹이 낮다. 월드컵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팀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4번째 출전이고, 최고 성적은 사실상 홈이나 다름없었던 최초의 아프리카 월드컵이었던 2010 남아공 월드컵 8강이다.
큰 존재감 없는 가나. 만만하게 생각해도 된다고, 1승 제물로 판단하라고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이 유혹에 넘어가면 실패할 것이 확실하다. 냉정해야 한다. 가나는 어쩌면 한국이 가장 힘들어할 상대일 지도 모른다. 전통적으로 한국 축구는 아프리카에 약했다.
아프리카 축구의 특징은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다. 압도적 피지컬과 유연함을 앞세운 스피드와 개인기가 장점이다. 이들이 한 번 흐름을 타면 브라질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흥을 잃어버리면 별 볼 일 없는 팀으로 전락한다. 공교롭게도 아프리카 팀의 장점이 한국 축구에 잘 먹혀 들었다.
대표적인 장면이 2014 브라질 월드컵 알제리전이다. 모두가 알제리가 1승 제물이라고 확신했다. 존재감 없는 알제리를 만만하게 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2-4 참패. 1954 스위스 월드컵을 제외하고 한국은 톱 시드가 아닌 팀에 처음으로 4골을 허용했다. 알제리의 4골은 아프리카 월드컵 역사상 한 경기 최다골 신기록이었다. 1승 제물로 확신하는 팀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것이다.
이런 참사의 반복을 막아야 한다. 먼저 벤투호에 1승 제물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가나가 오히려 한국을 1승 제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승리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싸우는 것과, 도전을 받는 입장에서 싸우는 것은 차이가 크다. 월드컵 본선이라는 무대에서 한국이 도전을 받는 입장에 설 리는 없다. 무조건 도전자 입장이다.
2002년 4강도 그랬고, 2010년 16강도 그랬다. 그들은 '도전자'였다. 상대를 내려보지 않고 오직 위로 올려보며 싸운 결과였다. 도전자의 입장에서 모든 것을 걸고 뛰어 만들어낸 성과였다. 기적도 이런 자세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벤투호 역시 가나를 포르투갈, 우루과이 이상의 강팀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마침 가나 대표팀은 자신들이 1승 제물이 아니라고 크게 소리쳤다. 가나는 17일 스위스와 마지막 평가전에서 2-0 승리를 거뒀다. 스위스는 FIFA 랭킹 15위의 강호. 게다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팀이다. 가나는 보란 듯이 자신들보다 강한 상대를 무너뜨렸다.
[사진 = 대한축구협회 제공]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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