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부모님과 아내에게 꼭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KBO는 지난 1일 10개 구단의 보류 선수와 제외 명단을 발표했다. 두산 베어스는 현도흔, 임창민, 윤명준, 이현승, 로버트 스탁, 최용제, 오재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와 함께 외야수 안권수를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재일교포 3세 출신의 안권수는 와세다 실업고등학교 1학년부터 주전 자리를 꿰찰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2학년 시절에는 고시엔 4강 무대를 밟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프로는 안권수를 외면했다. 그러나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안권수는 일본 독립리그, 사회인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KBO리그 진출의 꿈을 안고 2019년 8월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당시 옆구리 부상을 안고 있던 안권수는 제 기량을 뽐내지 못했고, 신인드래프트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기적이 일어났다. 안권수는 2019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번으로 두산의 선택을 받았다. 두산은 "지금까지 안권수가 한국 여권을 유지했다는 점을 높게 샀다. 세밀한 야구가 가능한 선수"라고 지명 배경을 밝혔다.
안권수는 데뷔 첫 시즌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2020시즌부터 조금씩 기회를 늘려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수비와 대주자에 불과했다. 빠른 발과 수비력에서의 장점은 확실하지만, 공격력에서 아쉬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안권수는 박건우(NC 다이노스)의 이적, 김인태가 부상을 당하면서 주전으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안권수는 5월 24경기에서 타율 0.298, 6월 22경기에서 타율 0.354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그 결과 76경기에 출전해 71안타 20타점 43득점 타율 0.297 OPS 0.711로 활약했다.
안권수는 올해 7월부터 기회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8월 20일 이후에는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지만, 여전히 경쟁력은 충분한 안권수가 방출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병역 문제 때문이다. 재일교포의 경우 국내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는데, 해당 기간이 넘어가면 병역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
안권수는 날짜상 내년까지는 KBO리그에서 뛸 수 있으나, 두산은 과감한 선택을 했다. 두산 관계자는 "미래를 내다봤을 때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며 "최근 안권수와 구단이 깊은 대화를 나눴고, 합의하에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일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안권수는 1년이라는 기간이 남은 만큼 KBO리그 잔류를 희망했다. 그는 "나는 1년 더 뛰고 싶었지만, 방출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구단에서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하더라"며 "병역 문제가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어차피 1년을 더 뛰더라도 내후년에는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안권수의 영입을 희망하는 한국과 일본의 오퍼는 없는 상황. 안권수는 어떻게든 KBO리그에서 풀타임 시즌을 치른 뒤 향후 거취를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다. 그는 "올해 전반기 페이스로 끝까지 시즌을 치렀다면, 기회가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에 계속 2군에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의 오퍼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권수는 여전히 KBO리그에서 1년을 더 뛰기를 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즌이 끝나고 일본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또는 일본 구단에서 안권수의 영입을 희망하는 팀이 나오지 않는다면, 일본에서 평범한 회사원 생활까지도 고려하고 있다.
안권수는 "매일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타격 연습, 웨이트 훈련 등 내가 해야 할 것들은 이어가고 있다"며 "1년을 더 할 수 있다면, 하고 싶다. 만약 안된다면, 일본에서 회사를 다녀야 할 것 같다. 다만 일본의 사회인 야구와 독립리그, 신고 선수는 현재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야구 선수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더라도 안권수가 1년 연장을 희망하는 이유는 확실하다. 그는 "1년을 KBO리그에서 더 뛰고 싶은 이유로는 올해 부모님과 아내가 한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내가 2군에 있었다. 1군 무대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부모님과 아내에게 꼭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두산에서 방출됐지만, 안권수는 지명의 고마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안권수는 "두산에서는 정말 좋은 기억밖에 없다. 그동안 정말 내게 잘해줬다"는 말만 수차례 반복했다. 단 1년이라는 시간밖에 없지만, 내년에도 KBO리그 유니폼을 입은 안권수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두산 베어스 시절 안권수.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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