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26경기에서 21이닝을 던지며 2승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4.29, 결코 훌륭한 성적은 아니다. 그러나 키움 히어로즈 이영준에게는 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 재능에 꽃을 피우고 빛을 보는 순간 부상으로 한 시즌을 통째로 날렸던 까닭이다.
이영준은 지난 2014년 신인 드래프트 2차 7라운드 전체 75순위로 KT 위즈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성했다. KT에서는 단 한 번도 1군 무대를 밟지 못했던 이영준은 군 문제를 해결한 뒤 넥센(現 키움)과 육성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2019시즌 이영준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영준은 2019년 29경기에서 33⅓이닝을 소화, 1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97로 활약,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정규시즌에는 필승조로 활약되는 경우가 드물었지만, 단기전은 달랐다.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볼이 자연스럽게 커터 궤도로 휘는 이영준의 장점이 제대로 빛났다.
이영준은 준플레이오프에서 3경기(1⅔이닝)에서 1승 무패 무실점을 마크하더니, 플레이오프에서도 1경기(⅓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키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힘을 보탰다. 팀이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지는 못했으나, 이영준은 한국시리즈 4경기(2⅔이닝)에서 1홀드를 수확하며 두산 베어스 타선을 완벽하게 묶어냈다. 이영준의 2019시즌 포스트시즌 성적은 8경기(4⅔이닝) 1승 1홀드 평균자책점 '제로'였다.
뒤늦게 잠재력에 꽃을 피운 이영준은 2020시즌 키움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영준은 52경기(40이닝)에서 2승 3패 25홀드 평균자책점 4.73으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내는 등 키움에서는 더이상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2020시즌 후반 팔꿈치 부상을 당한 것.
이영준은 재활을 통해 복귀를 노렸으나,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2021년 4월 토미존 수술을 받게 됐다. 갑작스러운 암초를 만난 이영준은 2021시즌을 통째로 날리게 됐고, 2022년에서야 마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지난해 26경기(21이닝)에서 2승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지만, 고교 시절부터 팔꿈치 통증을 달고 살았던 이영준은 마운드에 다시 서게 된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이영준은 "지난해는 아프지 않고 던진 것에 대해서 너무 좋았다. 구속도 1~2km 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다만 제구적인 문제가 많았던 것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영준은 "겨우내 아프지 않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예년과 달리 공도 일찍 잡았다"며 "감독님께서 '몸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려 달라'고 하셨는데, 신경을 써주신 만큼 잘 맞춰서 준비할 예정이다. 캠프에서 피칭도 하고 스케줄도 소화한다면 시범경기에 잘 맞춰질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9~2020시즌 퍼포먼스가 워낙 뛰어났던 만큼 '필승조' 복귀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이영준은 "보직에 대한 욕심은 없다. 경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퍼포먼스도 물론 중요하지만, 풀타임으로 뛰는 것이 더욱 큰 목표다. 풀타임 시즌을 치르다 보면 성적은 따라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스피드에 대한 욕심은 있다. 이영준의 직구는 '내추럴 커터'로 볼이 빨라질수록 위력은 배가 된다. 그는 "솔직히 스피드에 대한 욕심은 내려놓지 않았다. 원래 스피드가 나오지 않았던 투수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스피드가 나와야 공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다"며 "캠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구지만, 두 번째로는 스피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은 2019시즌과 2022년 두 번이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제는 그의 시선은 '우승'으로 향한다. 이영준은 "우리 선수들과 코치님들께 숨겨진 힘이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선수, 코칭스태프의 단합이 잘되는 팀"이라고 웃으며 "풀타임 출전을 통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키움 히어로즈 이영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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