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키움과 KIA는 미국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키움은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즈 앳 토킹스틱에서 내달 초까지 머무른다. 반면 KIA는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다가 현재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으로 넘어가는 중이다.
스코츠데일과 투손은 차로 약 2시간 거리. 두 구단 사람들은 마음만 먹으면, 휴식일만 겹치면 만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KIA 장정석 단장과 키움 장재영은 만나지 않은 듯하다. 이달 중순 두 팀의 스프링캠프지에서 직접 만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KIA의 투손 캠프를 지켜보던 장정석 단장에게 웃으며 장재영 얘기를 꺼냈더니, 장 단장 역시 웃으며 “(자신에게)전화 한 통 안 온다”라고 했다. 농담이지만 사실에 가까운 듯했다. 그 전에 키움 스코츠데일 캠프에서 먼저 만난 장재영 역시 “아버지한테 전화 잘 안 해요”라고 했기 때문이다.
부자가 설마 인연을 끊었을까. 당연히 아닐 것이다. 기자가 애리조나에서 철수한 뒤에 연락했을 수도, 만났을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아버지도, 아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굳이 살갑게 말 안 해도 서로의 성공을 기원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장재영은 아버지와 연락을 할 시간이 나지 않을 정도로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장재영은 호주프로야구 질롱코리아에서 투타를 겸업했고, 선발투수로 다시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프로 데뷔 세 번째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2월 중순에는 ‘코리언특급’ 박찬호로부터 무려 1시간이 넘는 원 포인트 레슨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박찬호는 장재영에게 스피드보다 제구, 하체 위주의 중심이동 등 투구의 기본을 상기시켜줬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직접 영상을 찍은 뒤 함께 살펴보며 피드백을 주고받기도 했다.
장재영은 ‘박찬호 스쿨’에 꽤 진심이었다. 스코츠데일 인터뷰 당시 “와인드업으로 던질 때 좀 더 강하게 던지려고 하다 머리에 움직임이 있었는데, 그걸 최소화하려고 한다. 머리를 고정해야 하고, 커맨드에 맞는 폼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받았다”라고 했다.
박찬호와의 레슨 전후로, 장재영은 확실히 달라졌다. 현장에서 만난 키움 고형욱 단장도 흐뭇해 하며 “재영이가 성숙해졌다”라고 했다. 장재영은 투타를 겸업하면서 좋은 투수가 되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웠다.
장재영은 “이지영, 김재현 (포수)선배님이 잡아주는 부분이 크다. 내 커맨드가 냉정하게 (안)우진이 형 정도가 아니고, 구위로 승부하는 투수인데 너무 구석으로 넣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가볍게 던질 때 코너워크를 하면 되고, 적극적으로 치려고 하면 가운데로 던져 파울을 유도하면 된다. 사실 멘탈이라기보다, 자신감의 차이”라고 했다.
그동안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고백했다. 장재영은 “야구를 못하는데 자신감도 멘탈도 좋을 수 없다. 마운드에 올라갈 때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을까’라는 걱정은 당연했다. 호주에서 2번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하니 자신감도 붙고 ‘나는 무조건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의식적으로 공을 때리고 있다”라고 했다.
고형욱 단장도 장재영이 투타 겸업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길 바란다. 진짜 투타 겸업을 하길 바라는 건 아니다. (물론 투타겸업이 진심이라면 말릴 생각은 없다) 결과적으로 구단의 의도대로 될 조짐이다. 장재영은 다시 타자 훈련을 하면서, 야구의 소중함을 느꼈다. 어차피 다시 타자를 할 생각이 없다.
장재영은 “타석에서 타자들은 어떤 마인드로 치는지 다시 느낀 시간이었다. 바깥쪽에 잘 넣어야 한다는 강박을 떨치는 계기가 됐다. ‘심플하게 생각해도 되는구나. 미트를 보고 가운데로 던져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완벽하게 하려고 하는 마음을 내려놓게 됐다. 하루는 야수, 또 다루는 투수 훈련을 하니 옆구리하고 엉덩이에 알도 배고 손가락 살갗도 벗겨지고 그랬다. 잘 자는 것도 중요하고, 아침도 잘 안 먹었는데 챙겨 먹게 됐다. 야구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라고 했다.
말하자면, 장재영에게 올 겨울은 야구에 대한 생각이 바뀐 시기다. 새롭게 경험하고 느끼며 다시 자신의 야구를 만들어가는 시기다. 이러니, 아버지에게 전화할 시간이 있을까. 아들이 정말 열심히 운동하고 주변 사람들한테 인사도 잘 한다고 하자, 아버지는 말없이 웃었다. 유니폼은 다르지만, 아들이 잘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진심이 느껴졌다.
[장재영과 박찬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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