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과연 감독의 ‘스타일’이 이번 사태의 핵심일까.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역사를 쓴 파울루 벤투(53) 감독의 후임이 정해졌다. 바로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58) 감독.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7일 ‘클린스만호’의 출항을 알렸다.
분위기는 최악이다. 클린스만 선임에 대한 비판 여론에 거세다. 부정적인 입장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경력 단절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2019년 11월 헤르타 베를린을 이끌었지만 10주 만에 사임을 했다. 이별 과정도 논란이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구단과 상의 없이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작별을 발표했다.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베를린 이전으로 거슬러 가면 감독 커리어는 2016년 11월이 마지막이다. 10주의 베를린 감독직을 빼면 무려 7년 간의 공백기가 생긴다. 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 등으로 축구계 활동을 이어왔지만 감독 커리어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전술적인 능력에 대한 문제는 큰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벤투 감독은 볼 소유와 빠른 전환이라는 일관된 목표를 추구했다. 월드컵 직전까지 벤투 감독의 축구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만 포기히지 않고 본선 상대에 밀리지 않는 경기력으로 방향성을 입증했다. 자연스레 다음 감독의 전술적 역량은 평가 1순위가 됐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전술가가 아니다. 독일 감독 시절에는 요하임 뢰브라는 지략가가 수석 코치로 있었다. 독일 레전드 필립 람이 자서전에서 “클린스만 감독과는 전술 훈련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힌 일화는 이제 모두가 알고 있다. 선수 개개인에게 자세하게 지시를 하고 전술을 짜는 스타일이 아닌 선수단 관리를 비롯해 큰 판을 짜는 ‘매니저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전술적인 색을 보여준 감독의 후임으로 매니저형 감독을 선임한 게 문제일까? 물론 아니다.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대표팀 운영에 대한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게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이는 마이클 뮐러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의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뮐러 위원장은 후보 선정 과정과 시기에 대한 설명만 했을 뿐 클린스만 감돌을 선임한 배경과 스스로 정한 선임 원칙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단 하나도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수장을 “감독직을 원하고 성격이 좋은 사람”이라고만 표현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한 4년 동안 한국이 얻은 또 하나는 ‘사단의 중요성’이다. 단순히 한 감독하고만 일을 하는 의미가 아닌, 각 파트의 전문가가 자신이 역량을 발휘하고 팀으로 녹아들었을 때 어떠한 효과를 내는지 확인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매니저형이라면 그를 도울 수 있는 전술적 능력을 가진 코치 또는 분석관과 같은 코칭스태프 등에 대한 준비가 있어야 했다. 하지만 뮐러 위원장의 기자회견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파악이나 정확하게 됐는지 의심을 갖게 했다.
코칭스태프 구성에 대한 질문에 뮐러 위원장은 “전체적인 프로세스가 완성되지 않았다. 때에 따라 발표하겠다”라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원하는 코치가 있는지, 따로 후보군이 있는지 등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밀러 위원장의 답변 대로라면 현재는 감독 선임 외에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다음날 공식 기자회견을 갖는다. 공식 발표 후 2주 가량이 흐른 상황에서 감독 입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 커지는 게 사실이다.
분명한 건 우리가 감독 오피셜과 함께 바랐던 건 선임 과정과 앞으로의 방향성이지 이 감독이 전술가인지, 매니저형인지에 논쟁이 아니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클린스만 감독과 요하임 뢰브 감독·마이클 뮐러 위원장·파울루 벤투 감독과 코칭스태프.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대한축구협회]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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