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한국 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 일본과 '숙명의 맞대결'에서 4-13으로 패했다.
한국은 지난 2006년 '초대' WBC에서 3위, 2009년 '준우승'의 타이틀을 손에 넣으며 세계적인 야구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WBC에서의 성적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한국은 류중일 감독이 이끌었던 2013년 WBC에서 네덜란드에게 0-5로 패하며 썩 달갑지 않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호주와 대만을 연달아 잡아냈으나, 2라운드 무대를 밟지 못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끌었던 2017년 WBC의 결과도 참담했다. 한국 대표팀은 첫 상대인 이스라엘에게 1-2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네덜란드에 0-5로 덜미를 잡혔고, 2연패로 2라운드 진출이 좌절됐다. 세 번째 상대인 대만을 11-8로 꺾었지만, 무의미한 결과였다.
WBC 2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인 한국은 이번 대회 4강 진출을 목표로 삼았다. 일본을 벗어나 미국까지 가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리고 1라운드를 통과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인 호주전에 주력했다. 이강철 감독과 WBC 기술위원회, KBO는 낙차 큰 변화구에 약한 호주 타자들을 고려해 투수진을 구성, 좌투수가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타선을 구축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한국은 지난 9일 호주전에서 4회까지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 베이스를 밟지 못하고 '퍼펙트'로 꽁꽁 묶였다. 5회 첫 번째 찬스에서 양의지가 역전 스리런홈런을 쏘아 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 추가점까지 곧바로 뽑아내며 좋은 흐름을 이어가는 듯했나, 흐름은 다시 호주 쪽으로 넘어갔다.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이 1사 2, 3루의 위기를 자초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벤치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김원중을 투입했으나, 포크볼이 떨어지지 않으면서 실투가 됐고, 역전 스리런홈런으로 이어졌다. 한국은 다음 이닝에 강백호가 2루타를 쳐 기회를 잡았으나, 세리머니를 펼치는 과정에서 2루 베이스에서 발이 떨어지는 '본헤드 플레이'를 저지르며 찬물을 끼얹었다. 그리고 양현종이 3점포를 맞아 점수차는 점점 벌어졌다.
한국은 8회말 공격에서 호주 투수들이 제구에 난조를 겪는 틈을 타 3점을 뽑아내며 뒤늦게 추격에 나섰다. 이때도 동점 찬스는 있었다. 오지환의 2루수 땅볼 타구에 호주의 홈을 지키는 선수가 없었던 것. 이정후는 3루에 안착한 박해민에게 '시그널'을 보냈지만 주자에게 닿지 않았고, 동점 찬스는 사라지게 됐다. 그리고 결국 7-8로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무실점 순항을 펼치던 김광현이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 연거푸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그리고 라스 눗바와 콘도 켄스케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아 3-2로 턱 밑까지 추격을 당했다. 한국은 원태인을 투입해 급한 불 끄기에 나섰으나, 요시다 마사타카에게 역전 적시타를 내주며 흐름을 일본에게 넘겨줬다.
점수차는 점점 벌어졌다. 4회를 삼자범퇴로 막은 원태인이 5회 선두타자 콘도에게 솔로홈런을 맞았고, 바뀐 투수 곽빈이 오타니 쇼헤이에게 2루타를 맞는 등 1사 3루에서 요시다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3-6까지 간격이 벌어졌다. 6회초 박건우가 추격의 솔로홈런을 터뜨렸지만, 2점차를 좁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점수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졌다.
이로써 한국의 2라운드 진출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이제는 호주와 체코의 최종 성적에 따라 한국의 운명도 결정되지만, 8강에 올라갈 자격이 없는 경기력이었다. 더이상 한국은 야구 강국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