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박승환 기자] "보물 같은 시간이다"
다르빗슈 유는 10일 일본 도쿄 분쿄구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한국과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투구수 48구, 3피안타(1피홈런) 1사구 1탈삼진 3실점(2자책)을 기록, 타선의 도움 속에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 2009 WBC에서 한국을 상대로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던 다르빗슈는 이변 없이 한국전 선발 투수로 낙점됐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커리어하이'에 버금가는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만큼 압도적인 투구가 예상됐지만, 다르빗슈는 의외로 한국 타선에 고전했다.
시작은 좋았다. 다르빗슈는 1회 토미 에드먼과 김하성, 이정후로 이어지는 한국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돌려세우며 군더더기 없는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2회 박병호를 삼진 처리한 뒤 김현수를 1루수 땅볼, 박건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막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하지만 3회 다르빗슈는 1~2회와 달랐다.
다르빗슈는 3회초 선두타자 강백호에게 중견수 방면에 2루타를 맞으며 첫 위기에 몰렸다. 이후 양의지에게 135km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좌측 담장이 넘어가는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다르빗슈는 최정과 에드먼을 연달아 잡아내며 이닝을 매듭짓는 듯했다. 하지만 김하성의 땅볼 타구에 무라카미 무네타카의 송구 실책이 발생하는 등 2사 2루에서 이정후에게 적시타를 맞아 3실점째를 기록했다.
집중타와 수비 실책 등으로 좀처럼 안정을 찾지 못한 다르빗슈는 박병호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위기 상황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김현수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힘겹게 이닝을 마쳤고, 3회말 일본 타선이 4점을 뽑아내는 등 이후 불방망이를 휘두른 결과 '승리 투수'가 됐다.
2011년 이후 무려 12년 만에 일본 구장의 마운드에 선 소감은 어땠을까. 다르빗슈는 "WBC 마운드라기 보다는 일본에서 던지는 것이 10몇년 만이었는데 정말 특별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앞으로 이런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며 오랜만에 일본 구장의 마운드에 선 소감을 밝혔다.
3회 3점을 내준 아쉬움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았다는 것이 다르빗슈의 설명. 그는 "올해 첫 경기였는데, 구속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다만 제구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나, 첫 경기 치고는 나쁘지 않았다"며 "구속 외에는 슬라이더 스핀과 직구가 좋았다. 그러나 3회는 슬라이더가 너무 가운데로 밋밋하게 몰렸다. 그래서 홈런을 맞았는데, 이 부분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타선의 도움 속에 승리 투수가 된 다르빗슈는 고마운 마음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3실점을 한 뒤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1점이라도 만회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는데, 4점을 뽑아줘서 든든했다. 이후에는 분위기가 좋았다. 계속해서 점수를 뽑자는 분위기였다. 최고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다르빗슈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않고 일본 대표팀 캠프에서 몸을 만들기 시작, 그동안 일본 대표팀 선수들과 수차례 '회식'을 하는 등 선수단이 하나로 뭉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 또한 "다르빗슈의 공헌이 컸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르빗슈는 "(캠프) 중반부터 참가하는 것은 나를 알리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팀원들과 일찍 친해지고 싶었다. 샌디에이고에서 정말 어려운 결정을 해줬다. 1초1초가 정말 보물 같은 시간이다. 일찍 합류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12년 만에 선 일본 마운드, 샌디에이고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가능성이 높은 다르빗슈는 사실상 일본에서의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는 2009년 WBC 이후 14년 만에 대표팀의 합류를 진심으로 기뻐했다. 다르빗슈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일본에서 팬들이 플레이를 보는 것은 미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이다. 정말 감사했다"며 "지금까지 일본이 없었다면, 야구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던졌고, 대표팀에 와서 던지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활짝 웃었다.
[일본 선밭투수 다르빗슈가 10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진행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사진 = 도쿄(일본)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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