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모든 것이 연결돼있다’는 세계관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핵심 테마 중 하나다. 데뷔작 ‘별의 목소리’는 중학생 연인 나가미네 미카코와 노보루가 시공간을 초월하여 마음을 이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너의 이름은.’ 두 편은 풋풋한 사랑과 기억, 꿈을 통해 자신의 인연과 연결되고 헤어졌던 남녀 주인공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설정 등이 평행이론처럼 닮아있다. 그의 영화에선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자연도 연결돼 있다. ‘날씨의 아이’의 맑음소녀 히나는 하늘과 맞닿아있다. ‘스즈메의 문단속’의 소타는 땅 밑에서 꿈틀거리다 튀어나와 재앙을 일으키는 거대한 미미즈(지렁이)를 막기 위해 스즈메와 고군분투를 벌인다.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개구리 군, 도쿄를 구하다’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어느날 도쿄에서 혼자 사는 가타키리 앞에 거대한 개구리가 나타나 도쿄를 멸망으로 빠뜨릴 계획을 갖고 있는 지렁이의 음모에 대해 말한다. 지하에 숨어 사는 지렁이는 “오랫동안 흡수해서 축적된 여러 가지 증오에 의해, 전례가 없으리만큼 잔뜩 부풀어 올라” 있는데, 고베 지진으로 화가 난 나머지 도쿄를 괴멸시키고 15만명의 인구를 죽게 하려는 악의를 품고 있다. 개구리 군은 카타키리에게 둘이 힘을 합쳐 그 지렁이의 악의를 분쇄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하루키는 개구리 군이 지렁이를 물리쳐 도쿄를 위험에서 구해낸다는 우화체 소설로 1995년 고베 대지진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한다.
마코토와 하루키는 현실의 저 너머에 있는 무엇인가가 인간과 연결돼 있고, 인간 역시 각자 떨어져 있지만 어떤 힘에 의해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인식을 공유한다. 한 걸음 더 나가면, 타인의 고통은 곧 나의 고통이다. 지진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타자의 아픔’은 나의 아픔이기도 하다. 고베와 동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단절과 고립을 겪고 있는 타자들에게 건네는 치유와 위로의 손길은 그것이 판타지일지라도 따뜻하고 뭉클하다. 스즈메는 의자로 변한 소타를 찾기 위해 일본 전역을 여행하는데,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이 스즈메를 도와준다. 그들의 작은 연대는 스즈메가 ‘문’을 열고 미미즈를 봉인하는 데 큰 힘이 된다. 우리 모두는 연결돼 있으니까.
[사진 = 쇼박스]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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