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두산 이승엽 감독은 호주 시드니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수년째 재기하지 못하는 장원준(38)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구단은 2022시즌 후 관계를 정리할 것을 고려했지만, 이승엽 감독은 장원준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눴다.
결국 장원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베테랑을 쉽게 내치는 건 팀 케미스트리에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승엽 감독도 40대 초반까지 선수생활을 했으니, 베테랑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리고 호주에서 장원준의 땀, 노력을 확인했다.
2018년부터 5년 내내 내리막길. 선발투수 복귀는 고사하고 1군 불펜에서 살아남는 게 지상과제다. 쉽지는 않다. 떨어진 구위가 쉽게 회복이 안 된다. 이병헌 등 무서운 왼손 신예들이 꾸준히 등장하는 것도 장원준으로선 부담이 되지 않을 리 없다. 다만, 두산으로서도 이현승의 은퇴 등으로 경험이 풍부한 왼손 불펜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시범경기가 중요하다. 3경기에 나갔다. 3.2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2탈삼진 2사사구 3실점(2자책). 평균자책점 4.91. 14일 부산 롯데전과 16일 창원 NC전서 잇따라 실점했다. 그나마 19일 광주 KIA전서 1이닝 동안 2탈삼진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선두타자 김규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그러나 주효상 타석에서 포수 윤준호가 김규성의 2루 도루를 저지하면서 한 숨 돌렸다. 이후 장원준은 주효상과 홍종표를 잇따라 삼진으로 처리하고 이닝을 끝냈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관록을 보여줬다.
어차피 장원준이 시즌 개막 이후 긴 이닝을 소화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경기 중~후반에 좌우 가리지 않고 2~3타자를 노련하게 처리할 수 있다면, 1군에서 중용될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보면 지난 1~2년간 이현승이 했던 역할을 맡는다고 보면 된다.
FA 84억원 계약은 진작에 끝났다. 이후 계속 FA 권리 행사를 포기하며 재기의 몸부림을 펼쳤다. 올 시즌 연봉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고작 5000만원. 그러나 장원준에게 이미 돈은 중요하지 않은 듯하다. 오로지 야구를 향한 마지막 불꽃만 태울 뿐이다. 이승엽 감독을 만나 재기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장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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