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빚을 갚지 못해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라힘(아미르 자디디)에겐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파르크혼데(사하르 골두스트)가 있다. 라힘은 귀휴를 나갔다가 여자친구와 함께 버스 정류장 근처에서 금화가 든 가방을 줍는다. 두 사람은 금화를 팔아 라힘의 빚을 갚고 새 출발을 꿈꾸다가 양심의 가책을 느껴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정한다. 라힘의 선행은 TV뉴스로 알려지고, 그는 하루아침에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라힘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받지 못해 그를 감옥에 넣었던 전 장인어른 바람(모센 타나벤데)은 그의 행동에 의심을 품는다. 라힘을 도우려했던 자선단체, 교도소 측도 라힘이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갖게된다.
‘어떤 영웅’의 라힘이 교도소에서 나와 제일 처음 찾는 곳은 유적지다. 높게 솟아 있는 꼭대기에서 망치를 들고 일하고 있는 매형을 찾아가는 길이다. 매형과 누나는 언제나 자신의 편을 들어줬다. 이번에도 도와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누나의 도움은 엇나가고, 라힘은 거짓말쟁이의 누명을 쓴다. 카메라는 유적지의 벽을 오랫동안 보여준다. 라힘은 이 거대한 벽을 넘어갈 수 없다. 자신의 의도가 아무리 선해도 세상의 벽은 견고하게 버티고 서서 그의 진실이 무엇인지 타인이 알 수 없도록 막는다. 소통하려고 애를 쓸수록, 의도는 빗나가고, 오해는 커지고, 과정은 복잡해지며 결과는 알 수 없는 곳으로 흘러간다. 우리네 인생도 늘 그렇지 않은가.
라힘은 분명히 착한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웅의 명성을 이용하려는 욕심을 부리다 곤경에 처하게 된다. 만약 그가 가방을 주인에게 돌려주는데서 그쳤다면, 그는 누가 인정하지 않더라도 영웅이 됐을 것이다. 그가 언론과 사회에 의해 영웅이 되는 순간, 그리고 그것을 통해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마음을 품은 순간 세상은 그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회전한다. 그러나 라힘은 몰락의 마지막 순간에 순진한 아들까지 팔아 명예를 되찾겠다는 유혹을 이겨낸다. 원치 않았던 대혼돈 앞에서 그는 마지막 양심을 지킨다. 아마 그는 나중에 깨달았을 것이다.
“선행의 대가를 바라지 마라.”
[사진 = 영화사 진진]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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