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펑펑' 전체 1.2순위의 눈물…그녀들은 왜 마지막에 눈물을 흘렸을까 [유진형의 현장 1mm]

친구의 호명에 끝내 눈물 흘린 여고생들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전체 1순위, 2순위로 지명받은 김세빈과 곽선옥은 떨리는 표정으로 사진 촬영을 한 뒤 무대를 내려와 순번대로 자리에 앉았다. 무대를 내려온 그녀들은 서로 축하하며 기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김세빈과 곽선옥의 표정을 굳어갔다. 그러던 중 그녀들이 눈물을 펑펑 쏟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국 여자배구를 끌어나갈 미래의 스타들이 프로 지명을 받았다.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는 '2023-2024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 참가한 40명의 여고생과 학부모들 그리고 배구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1라운드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지명을 받은 김세빈 / 한국배구연맹
1라운드 1순위로 한국도로공사 지명을 받은 김세빈 / 한국배구연맹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5월 FA(자유계약선수) 박정아의 보상 선수로 지명한 이고은을 다시 페퍼저축은행에 내주면서 1라운드 지명권을 받기로 했고 가장 먼저 선수를 호명할 수 있었다. 김종민 감독은 예상대로 드래프트 전제 1순위로 미들 블로커 김세빈(한봄고)을 호명했고 미소 지었다.

187cm 미들 블로커인 그녀는 연령별 국가대표를 거치며 에이스로 활약한 선수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 50인 예비 명단 중 고교 선수 가운데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선수기도 하다. 이미 양효진의 후계자로 불리며 많은 팀이 노리고 있던 선수였다.

이름이 호명되자 김세빈은 무대로 올라와 유니폼을 입고 덤덤한 모습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그리고 2순위로 호명된 곽선옥(일신여상)도 전광장 유니폼을 입고 관계자들과 함께 사진 촬영을 했다. 그녀들은 이미 상위권 지명이 예상된 선수들이었기에 무대에서 놀라워하거나 특별히 기뻐하지는 않았다.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두 손을 모으고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지켜보는 김세빈 / 한국배구연맹
라운드가 거듭될수록 두 손을 모으고 신인 드래프트 결과를 지켜보는 김세빈 / 한국배구연맹
마지막 순간 친구의 호명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곽선옥(왼쪽)과 김세빈(오른쪽) / 한국배구연맹
마지막 순간 친구의 호명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하는 곽선옥(왼쪽)과 김세빈(오른쪽) /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신인 지명 라운드가 진행될수록 여러 팀들이 선수를 호명하지 않고 "패스"를 외치자,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반대편에는 아직 호명받지 못한 친구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라운드 지명을 모두 마치고 이젠 수련 선수 지명 시간이 됐다. 

이때부터 김세빈과 곽선옥은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수련 선수를 지명할 수 있는 마지막 팀이었던 한국도로공사 김종민 감독이 "한봄고 아웃사이더 히터 김미진을 지명하겠습니다"라고 말하자 두 소녀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특히 김세빈은 같은 학교 친구의 호명에 자신의 호명보다 더 기뻐하며 눈물을 펑펑 쏟았고 무대를 내려온 김미진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했다.

수련 선수로 마지막에 취업에 성공한 김미진을 축하하며 눈물 흘리는 김세빈(가운데)과 곽선옥(왼쪽) / 한국배구연맹
수련 선수로 마지막에 취업에 성공한 김미진을 축하하며 눈물 흘리는 김세빈(가운데)과 곽선옥(왼쪽) / 한국배구연맹

그렇다. 신인 드래프트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취업 순간이 전국에 생중계가 되는 현장이다. 호명받은 선수는 취업에 성공한 것이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취업에 실패한 것이다. 만약 내가 취업 준비생인데 취업이 되는지 안 되는지 결정되는 순간이 전국에 생중계가 된다면 어떤 마음일까. 신인 드래프트 현장은 학생들에게 어떻게 보면 잔인한 현장일 수도 있다.

전체 1순위를 호명된 김세빈이나 수련선수로 호명된 김미진이나 그녀들은 라운드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이날만큼은 이들은 험난한 취업문을 통과한 선수들이었고 자신의 합격보다 친구의 합격에 더 기뻐한 여고생들이었다.

한편 이번 드래프트에는 15개교 40명 참가자 가운데 21명(수련선수 6명 포함)이 지명돼 지난해(42.9%)보다 높은 취업률 52.5%를 기록했다.

[자신의 호명보다 친구의 호명에 더 기뻐하며 눈물을 쏟은 전체 1순위 김세빈과 2순위 곽선옥. / 한국배구연맹]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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