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항저우(중국) 최병진 기자] 2023년 9월 20일 <4일차>
한국이 1차전에서 쿠웨이트를 상대로 기분 좋은 대승을 거뒀다. 무려 9-0. ‘언제나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진부하고도 외면할 수 없는 말의 부담감 속에서 쾌조의 스타트를 알렸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일본과 카타르의 경기를 보기 위해 샤오산 스포츠 센터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일본의 이번 대회 첫 번째 경기였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앞 창문으로 경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파란색 불빛이 경기장을 감싸고 있었다. 해도 지고 비도 부슬부슬 오면서 유독 경기장이 더 밝아 보였다.
어느 때처럼 가방 검사와 몸수색 단계를 거친 뒤 물을 챙기기 위해 기자실로 향했다. 그곳에서 일본의 첫 경기를 기대하고 있는 일본 기자들을 볼 수 있었다. 한국의 결과를 생각하며 ‘나도 같은 마음이었어’를 속으로 외친 후 기자석으로 이동했다.
기자석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어제의 경기 결과를 확인하고 있는 일본 기자가 있었다. 일본 기자들은 이번 대회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포함해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어 인터뷰를 요청했고 일본 기자는 흔쾌히 수락했다.
축구 전문가의 아우라를 내뿜으며 프리랜서 기자로 일하는 이 남자의 이름은 아키코 카와바테.
일본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기에 카와바테에게 먼저 이번 대표팀의 특징에 대해 물었다.
카와바테는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2024년에 열리는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선발했다. 이 선수들이 완전한 주축은 아니다. 일종의 테스트로 내년에 열리는 2024년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에 나서려는 선수들”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선수로는 ‘13번’을 달고 뛰는 사토 케인(22)과 ’10번’의 니시카와 준을 꼽았다.
카와바테는 기자에게 두 선수의 얼굴을 보여주며 “베르더 브레멘에서 뛰는 케인은 매우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친다. 좌우 측면을 모두 소화할 수 있으며 때로는 최전방으로 나서며 돌파 능력을 자랑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니시카와는 현재 사간 도스에서 뛰고 있다. 기술이 뛰어난 선수며 왼발이 매우 뛰어나다. 패스와 킥 모두 좋고 영리한 움직임을 가져간다”고 덧붙였다.
두 선수는 카타르전에 선발로 나섰고 카와바테의 설명대로 활발한 플레이를 펼쳤다. 특히 니시카와는 단연 눈에 띄었고 정확한 왼발 크로스로 일본의 두 번째 득점을 어시스트하기도 했다.
나의 질문이 끝났고 이제는 카와바테가 물었다. 서로 부족한 영어로 어찌어찌 대화를 나누다 카와바테가 스스로 자신의 질문에 답답함을 느꼈는지 번역기를 켰다.
그리고 적었다. ‘이전 2번의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을 지켜봤다. 이번에도 ‘군대’에 대한 압박이 큰가?’
잠시 생각을 한 뒤 “그렇다. 이번 대회에서도 마찬가지로 ‘군 문제’는 한국에게 매우 중요하다. 더욱이 이번에는 파리 생제르망(PSG)에서 뛰는 이강인도 출전하기에 관심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대회 전에는 경기력이 좋지 않아서 비판도 많이 있었다. 첫 경기를 이겨서 다행이다”라고 답했다.
일본도 이제는 ‘한국의 아시안게임=군대’라는 걸 명확하게 파악한 느낌이었다.
기자의 대답을 들은 카와바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남겼다.
“한국의 명단을 봤을 때 좋은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이강인이라니! 일본의 우승을 바라지만 솔직히 어렵다고 생각한다”
칭찬을 들었으면 또 보답을 해주는 게 한국 문화 아닌가.
“하지만 일본은 언제나 한국에게 힘든 상대다. 이번에 만나게 되더라도 어려운 상황이 나올 것이다. 서로 행운을 빌자”
항저우(중국) = 최병진 기자 cbj0929@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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