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매일밤 12시]보고 있나요? 제가 항상 긴팔 유니폼만 입는 것을요

[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축구 선수가 다른 축구 선수를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다. 일반적인 일이다. 많은 축구 선수들이 롤모델을 선정하고, 그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성장한다.

그런데 이토록 열정적인 팬심을 드러낸 축구 선수가 또 있을까. 어릴 때부터 한 선수를 동경했고, 축구 선수로 성장하면서 그 선수를 더욱 존경하게 됐다. 그의 모든 것을 닮고 싶었고, 그의 모든 것을 따라하고 싶었다.

그 사람이 알아줄지, 알아주지 않을지 상관없다. 자신이 하고 싶어서, 자신의 머리와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는 것뿐이다.

앙투안 그리즈만 이야기다. 그는 축구를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오직 한 선수만을 동경하고, 사랑하고, 존경했다. 바로 데이비드 베컴.

베컴은 잉글랜드 축구의 아이콘. 최고의 실력과 최고의 외모를 갖춘 슈퍼스타. 축구 외적으로도 엄청난 영향력을 뽐낸, 세계 축구사에 독보적인 존재다. 그리즈만도 축구계 대표 미남. 그래서일까. 베컴에 더욱 가까이 다가서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즈만의 백넘버는 7번. 이것도 베컴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리즈만은 '긴팔 유니폼'만 입는다. 긴팔 유니폼은 베컴의 상징과도 같은 것. 자신의 우상을 한 것을 그리즈만도 똑같이 하고 있다.

베컴은 가끔 반팔 유니폼을 입은 모습이 포착되기는 했지만, 그리즈만이 반팔 유니폼을 입은 건 본 적이 없다. 우상이 했던 것 보다 더 확실하고, 더 확고하게 우상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베컴을 향한 마음은 진심이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레알 소시에다드부터 시작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그리고 프랑스 대표팀에서까지 그리즈만의 긴팔 유니폼은 일상이 됐다. 아무리 더워도, 긴팔 유니폼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즈만은 긴팔 유니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베컴에 대한 경의를 표현하기 위해 나는 항상 긴팔 유니폼을 착용한다. 나는 베컴과 같아지기를 희망한다. 베컴은 진정한 슈퍼스타다. 베컴은 브랜드다. 베컴은 완벽한 선수다. 나에게 절대적인 롤모델이다."

지금 베컴은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인터 마이애미 구단주. 최근 리오넬 메시를 영입해 세계적인 이슈를 받았다. 베컴 구단주의 선수 영입에 대한 열망은 멈추지 않는다. 또 다른 슈퍼스타 영입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베컴에게 가장 쉬운 슈퍼스타 영입이 그리즈만이 아닐까. 

공교롭게도, 아니 의도한 것인지, 작정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리즈만은 항상 이렇게 말해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이적설이 뜨거울 때도 이렇게 말했다.

"나는 가족이 있고, 나의 목표도 있다. 나는 MLS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게 목표다."

베컴 보고있나?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앙투안 그리즈만, 데이비드 베컴.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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