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주현상과 신경전 벌이며 벤치클리어링까지 갈뻔했던 불같은 성격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말은 통하지 않아도 넉살 좋은 외국인 타자 LG 오스틴은 유쾌한 남자다. 그런데 타석에서만큼은 다르다. 엄청난 승부욕으로 상대 투수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가족과 동료, 팬들을 챙기는 따뜻한 선수다.
지난 2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도 그랬다. 2-1로 근소하게 앞서고 있던 LG는 6회말 2사 후 김현수의 솔로홈런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리고 오스틴이 타석에 들어섰다. 오스틴은 이전 타석에서 솔로홈런을 치며 쾌조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었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1볼에서 한화 주현상이 던진 공이 몸쪽 깊게 들어오자 두 선수는 잠시 신경전을 벌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다음 투구가 머리 쪽으로 날아왔고 오스틴이 깜짝 놀라며 피했다. 패스트볼이 아닌 커브가 손에서 빠지면서 높게 들어온 것이었지만 앞선 투구에 이어 연이은 위협구에 오스틴은 천천히 마운드 쪽으로 걸어가며 항의했다.
주현상은 고의가 아닌데 왜 그러냐며 오스틴과의 기 싸움에 밀리지 않았고 구심이 오스틴의 앞을 가로막으며 상황은 끝나는 듯했다. 그런데 주현상이 오스틴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상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스틴은 3루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주현상을 계속해서 쳐다봤고 주현상도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며 오스틴을 보며 신경전을 이어갔다. 그러자 LG는 이종범 코치가 오스틴을 진정시켰고 한화는 정은원이 주현상의 어깨를 두드리며 더그아웃으로 함께 들어갔다.
이날 경기는 LG가 돌아온 선발투수 최원태의 7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1실점 호투와 오스틴, 김현수, 오지환, 김민성의 홈런포를 앞세워 5-1 쾌승을 거뒀다.
오스틴은 승리 후 가장 먼저 가족을 챙겼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들 댈러스를 품에 안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승리를 만끽했다. 아들이 마스코트에 관심을 두자, 마스코트 앞에서 장난을 치는 아빠의 모습이었다. 치어리더들도 오스틴의 아들과 장난치며 즐거운 시간을 함께했다.
한편 오스틴은 LG가 1위를 질주하는 데 큰 힘이 되는 선수다. 항상 외국인 타자 잔혹사에 시달렸던 LG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오스틴은 올 시즌 125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2(475타수 148안타) 21홈런 90타점, 78득점 OPS 0.884 WAR 5.07을 기록하며 4번 타자 역할을 완벽히 소화하고 있다. 타율 10위, 안타 4위, 홈런 3위, 타점 2위, 득점 6위, OPS 6위, WAR 4위로 타격 전 부문에 걸쳐 상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오스틴은 LG 트윈스의 해결사로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의 희망이다.
[주현상과 신경전을 벌였지만, 경기가 끝난 후 아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오스틴 / 잠실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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