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롯데 자이언츠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나중에는 해줘야 하는데…"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은 2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팀 간 시즌 12차전 홈 맞대결에 포수, 8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3-0 완승에 큰 힘을 보탰다.
손성빈은 지난 202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롯데의 1차 지명을 받은 유망주로 데뷔 첫 시즌 1군에서 20경기에 출전해 6안타 타율 0.316 OPS 0.725로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상무에 입대했다. 당시 롯데에는 주전 포수는 없었지만, 그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상황이었고, 롯데는 손성빈이 경험을 쌓는 것보다 병역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손성빈은 상무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그는 상무 입대 첫해 퓨처스리그에서 69경기에 출전해 39안타 1홈런 31타점 30득점 타율 0.285 OPS 0.831 좋은 성적을 남겼고, 올해도 29경기에 나서 29안타 1홈런 24타점 15득점 타율 0.330 OPS 0.882를 기록한 뒤 전여했다. 비록 2군에서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낸 만큼 롯데의 기대감은 컸고, 전역과 함께 1군으로 불러올렸다.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마이데일리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마이데일리
손성빈의 '임팩트'는 분명 대단했다. 콜업 초에는 단 한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던 손성빈은 7월 5안타 타율 0.385로 불방망이를 휘둘렀고, 8월에도 타율 0.313으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들쭉날쭉한 출전 기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뽐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비, 그 중에서도 도루 저지였다.
손성빈은 28일 경기 종료 시점에서 9번 중 8번의 도루저지를 해내며 도루저지율 0.875를 기록 중인데, 표본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KBO리그 포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손성빈은 수차례 '강견'과 짧은 '팝타임'을 뽐내며 주자들을 지워냈고, 중계를 맡고 있던 KBO리그 '레전드'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그 결과 주자들도 손성빈의 어깨를 의식하기 시작, 이제는 쉽게 도루를 노리지 않는다.
그동안 타격 성적도 나쁘지 않았지만, 수비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았던 손성빈은 28일 경기에서는 '한 방' 능력까지 선보였다. 이날 손성빈은 한화 선발 리카르도 산체스에게 첫 타석에서 2루수 땅볼, 두 번째 타석에서 유격수 땅볼로 묶이면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하지만 세 번째 타석에서도 그저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손성빈은 2-0으로 근소하게 앞선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 1B-0S에서 산체스의 2구째 149km의 직구를 놓치지 않았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형성된 공에 손성빈은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고, '스윗스팟'에 맞은 타구는 무려 165.9km의 속도로 뻗어나가 125m를 비행한 뒤 좌측 담장을 넘어가 돌아오지 않았다. KBO리그 데뷔 첫 홈런. 이 홈런으로 롯데는 승기를 잡았고, 3-0으로 승리하며 5강 싸움에 불을 지폈다.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롯데 자이언츠
퓨처스리그에서도 5개밖에 치지 못했던 홈런을 1군에서 터뜨린 소감은 어땠을까. 경기가 끝난 후 만난 손성빈은 "짜릿했습니다!"라고 말 문을 열며 "그라운드를 도는데, 한 바퀴가 이렇게 긴 줄은 몰랐다. 오늘 산체스 선수가 너무 잘 던지더라. 보더라인 끝으로 들어오는 공을 너무 잘 던져서, 두 타석 연속 타이밍이 늦었다. 때문에 포커스를 앞에 두고 늦지 말자는 생각으로 들어갔는데,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했다"고 활짝 웃었다.
이날 경기를 치르면서 손성빈은 내심 '홈런을 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현실로 이어졌다. 그는 "2군에서의 홈런들과는 확실히 다르다"며 "오늘 경기를 하면서 상상을 했었다. 경기를 시작하는데 팬분들이 엄청 많아서 '홈런을 치고 환호를 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홈런이 나왔다"며 "이런 생각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닌데, 오늘은 의도치 않게 하게 됐는데 현실이 됐다"고 기뻐했다.
손성빈이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롯데 선수단은 '무관심 세리머니'로 유망주의 마수걸이포를 축하했다. 손성빈은 "2-0에서 3-0으로 가는 홈런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호응을 해주실 줄 알았다. 보통은 처음에 축하를 안 해주다가 나중에는 해줘야 하는데, 선배님들이 '하지 말자. 바꿔보자'고 하시면서 안 해주시더라"며 당황했던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며 "그래도 마지막 축하를 해주셨다"고 설명했다.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롯데 자이언츠
롯데 자이언츠 손성빈./롯데 자이언츠
이날 타격에서 빛났던 손성빈은 '좌승사자' 찰리 반즈와 6이닝 9탈삼진을 만들어내는 등 투수들과 찰떡 호흡을 선보였다. 그는 "반즈와는 호흡이라기보다는, 반즈가 워낙 잘 던진다. 나는 그저 받쳐주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너무 잘 던져서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프로 데뷔 첫 안타, 타점, 도루저지 등 수많은 경험을 했지만, 첫 홈런이 가장 짜릿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손성빈은 "홈런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미소를 지으며 "오늘 팬분들이 정말 많이 와주셨는데, 팀이 이기는 경기를 할 수 있었고, 내가 홈런을 쳐서 너무 좋다. 우리 롯데가 계속 이겨나갈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프로 유니폼을 입은지 4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날은 손성빈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였던 것은 분명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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