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타순은 신경 쓰지 말고 똑같이 치길 바란다.”
김도영(20, KIA)의 기록을 뜯어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타순별 애버리지에 격차가 크다. 1번 타자로 38타수 9안타 타율 0.237 1타점, 2번 타자로 180타수 60안타 타율 0.333 5홈런 30타점, 3번 타자로 50타수 11안타로 타율 0.220 8타점, 9번 타자로 13타수 2안타 타율 0.154.
KIA 김종국 감독이 요즘 라인업을 짤 때 가장 고민이 되는 건 역시 3번과 5번 타자다. 최형우와 나성범의 빈 자리를 채우는 일이다. 기존에 주로 5번을 맡던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4번에 들어가고 있고, 3번과 5번은 매일 유동적이다.
3번에는 김선빈이 기용되다가, NC와의 주중 4연전서는 김도영이 낙점됐다. 그런데 김도영은 타순에낯가림이 있다. 4연전서 16타수 3안타에 그쳤다. 그러자 29일 고척 키움전서는 2번으로 원대복귀, 6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또 다시 펄펄 날았다.
김도영이 올 시즌 2번 타자로 가장 많이 기용된 건 사실이다. 완전체 타선일 때 2번이 가장 어울렸기 때문이다. 애버리지가 좋은 박찬호와 발 빠른 최원준이 9번과 1번에 들어가고 클러치능력이 있는 김도영이 2번에 들어가는 게 트리플세터 최적의 배치다.
‘강한 2번’이란 말조차 옛날이 돼 버렸다. 중심타자, 강타자가 3~4번에만 배치되는 시대는 한참 지났다. 김도영처럼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한 타자가 1~2번에 들어가는 게 현대야구에선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한 방이 있는 김도영이 오히려 1번보다 3번에 어울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김도영은 1번 타순에선 경직된 모습이고, 3번 타순에선 뭔가 잘 안 풀린다. 김종국 감독은 김도영 타순 얘기가 나올 때마다 “타순에 신경 쓰지 말고 똑같이 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게 정답이다. 1번타자도 1회에만 1번일 뿐, 이후에는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해야 한다. 3번타자가 이닝 선두타자로 나오면 홈런보다 출루가 중요할 때가 있다.
타격 사이클이 좋을 때 2번에서 많이 쳤고, 떨어질 때 다른 타순에 들어가서 이런 편차가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올 시즌 김도영은 어깨에 눕히던 방망이를 가슴 부근으로 내린 채 히팅포인트까지 더 빠르게 가는 변화에 적응했다. 그렇다고 해도 늘 페이스가 좋을 순 없었다.
크게 보면 성장하는 과정이다. 타순별 타율 편차는 몇 년간 더 표본을 확보해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최적의 타순도 정해진 타순도 없다. 타자라면 누구나 팀 상황, 본인의 타격감에 따라 타순 이동을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고정 타순이 가장 안정적인 법이고, 그에 따라 훗날 김도영을 상징하는 타순이 생길 수도 있다. 이미 김도영은 KIA를 대표하는 역대급 재능러로 통한다. 훗날 김도영을 상징하는 타순이 생길까. 올해 2도영일 때 펄펄 나는데, 굳이 2번에서 조정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당장 3번은 김선빈이 들어가도 무방하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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