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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세상에 '악마'는 존재한다. 그것도 너무도 추악한 악마가.
인간의 탈을 쓴 악마의 이야기다. 세상에 다시는 이런 악마가 등장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진심을 담아 이 추악한 악마의 이야기를 쓴다.
영국 현지 시간으로 지난달 29일.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리그) 셰필드 웬즈데이와 선덜랜드의 경기가 열린 영국 셰필드의 힐스보로 스타디움. 이곳에서 경악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경기는 선덜랜드의 3-0 완승. 그러자 셰필드 웬즈데이의 팬인 데일 호튼은 화가 났다. 그리고 상대 선덜랜드를 도발하고 조롱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을 하고야 말았다.
호튼은 자신의 휴대폰 화면에 한 사람의 얼굴을 띄운 채 손을 높이 들었다. 그리고 미소를 보였다. 선더랜드를 조롱하기 위해 선택한 그의 개탄스러운 방식이었다.
그 휴대폰 속 얼굴은 브래들리 로어리였다.
선덜랜드의 열렬한 어린이 팬으로 유명한, 선덜랜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은 마스코트와 같은 존재다. 그는 생후 18개월에 소아암의 일종인 신경모세포종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았다.
선덜랜드는 로어리에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경기장에 초대했고, 로어리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저메인 데포의 손을 잡고 페널티킥을 찼다. 데포는 이 인연을 시작으로 잉글랜드 대표팀에 소집될 당시 로어리를 에스코트 키즈로 초대해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런 아름답고, 해맑고, 사랑스러웠던 로어리는 2017년 병마와 싸우다 6세의 나이로 하늘나라로 떠났다. 모든 선덜랜드 팬들은 슬픔에 잠겼고, 데포 역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렸다. 로어리는 선덜랜드 팬들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고 있는 마스코트다.
호튼이 선덜랜드를 도발하기 위해 로어리를 건들인 것이다. 악마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또 인간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선덜랜드뿐만 아니라 상대팀 셰필드 웬즈데이까지 분노했다.
두 구단은 호튼의 축구장 출입을 영원히 금지했다. 법적인 처벌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셰필드 웬즈데이 지역의 펍들까지 나섰다. 지역의 펍들은 힘을 모아 호튼의 입장을 영원히 금지시켰다.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호튼의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다. 역겨운 행동이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은 사람들에게 안긴 고통에 대해 사과하는 것뿐이다."
셰필드 웬즈데이도 사과했다.
"호튼의 터무니없고 개탄스러운 행동이었다. 로어리와 로어리 가족, 친구들에게 안긴 고통에 사과의 말을 전한다."
로어리의 어머니는 또 상처를 받았다. 또 고통을 받았다. 그 역시 분노를 감출 수 없었다.
"용서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로어리에 무례했을 뿐 아니라,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암 환자들에게도 무례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부정적입니다. 선덜랜드 팬들의 반응을 얻기 위해 이 이미지를 사용했다는 것에 너무도 화가 납니다. 용서할 수 없습니다. 저에게 로어리는 사랑스러운 기억만 남아있습니다."
호튼의 변호사에 따르면 그는 자신의 행동을 지나친 농담 정도로 표현했다고 한다. 그리고 마약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최용재의 매일밤 12시]는 깊은 밤, 잠 못 이루는 축구 팬들을 위해 준비한 잔잔한 칼럼입니다. 머리 아프고, 복잡하고, 진지한 내용은 없습니다. 가볍거나, 웃기거나, 감동적이거나, 때로는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잡담까지, 자기 전 편안하게 시간 때울 수 있는 축구 이야기입니다. 매일밤 12시에 찾아갑니다.
[브래들리 로어리와 저메인 데포, 데일 호튼.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데일리 스타]
최용재 기자 dragonj@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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