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최형우/KIA 타이거즈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올해도 KIA 타이거즈에 지명타자 로테이션은 사실상 없을까.
현대야구에서 대부분 팀은 ‘지명타자 로테이션’을 실시한다. 고정 지명타자를 두지 않고, 기존 주전들을 체력안배 차원에서 돌아가며 지명타자로 기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이 그 타자의 본래 포지션에 백업 야수가 들어가는 방식이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물론 주전타자가 체력안배 차원에서 하루를 푹 쉴 수도 있다. 그러나 타격감이 좋다면 지명타자를 활용해 수비만 하루 정도만 하지 않아도 체력 안배에 큰 도움이 된다. 때문에 요즘 수비력이 떨어지는 강타자들의 ‘붙박이 지명타자’는 거의 사라졌다. 현역 말년의 황혼기가 아닌 이상 수비력이 받쳐주지 않는 강타자는 살아남기 어렵다.
KIA 타이거즈는 예외다. 자타공인, 여전히 KBO리그 최고 클러치히터로 통하는 ‘타격장인’ 최형우(41)가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는 2021년과 2022년 부진에 시달렸으나 2023년, 40세 시즌에 보란 듯 부활하며 죽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최형우는 언젠가부터 KIA에서 붙박이 지명타자로 뛰어왔다. 전성기에도 비교적 수비부담이 적은 좌익수였지만, 그래도 구단은 타격에 전념하라는 배려 차원에서 지명타자로만 기용한다. 최형우가 맹활약하면, KIA는 지명타자 로테이션으로 얻는 이점을 상쇄할 수 있다.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것이다.
흥미로운 건 작년과 올 시즌을 거치면서 KIA에 주전을 할 만한, 좋은 야수가 넘쳐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지명타자 제도를 활용해 1명이라도 타격기회를 더 주기 마련이다. 그러나 KIA는 최형우의 존재감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다. 수비 기회를 얻지 못하는 젊은 타자들은 주전으로 도약하기 어렵다.
KIA에는 흔히 말하는 ‘백업 주전’이 수두룩하다. 외야수 고종욱과 이우성, 이창진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주전 야수 줄부상 때 주전으로 기용해 팀이 후반기에 대반격할 수 있는 발판을 놨다. 내야에도 변우혁, 박민, 윤도현, 정해원 등 촉망받는 영건들과 MVP 출신 서건창이 있다. 1군 캠프에 못 온 황대인도 있다. 안방에도 한승택, 한준수, 주효상 등 기회를 충분히 잡고 실전경험을 쌓아야 할 선수가 많다. 이들 모두 당장 혹은 긴 호흡으로 바라볼 때 주전으로 뛰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범호 감독의 야수 기용법이 관심을 모은다. 지명타자 로테이션을 사실상 사용하지 않고 백업들에게 동기부여를, 베테랑 주전들에게 체력안배를 할 수 있게 세팅을 할 수 있으면 대박이다. 그 과정을 매끄럽게 이끈다면, 리더로서 또 다른 자격을 증명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차피 큰 틀에서 보면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 KIA 타선은 리그 최강이지만, 김선빈, 나성범, 최형우를 차세대 기수, 차세대 거포와 해결사를 찾아야 하는 과제는 있다. 2년 계약의 이범호 감독이 이걸 무리하게 완수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하고 싶어도 2년안에 못한다. 대신 자연스럽게 물꼬만 터도 성공이다.
최형우/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선수들에게 시종일관 마음껏 자기야구를 하라고 강조했다. 대신 그걸 캐치하고 실전에 반영해야 하는 건 감독의 몫이다. 이범호 감독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자연스럽게 야구관, 스타일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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