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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결과는 분명 아쉬웠다. 하지만 "창피는 안 당해야 한다"는 류중일 감독의 걱정은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수들을 강하게 압박할 정도로 팀 코리아 선수들이 매우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팀 코리아는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맞대결에서 0-1로 패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과정 만큼은 분명 훌륭했다.
한국 대표팀은 최근 몇 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줄곧 실망스러운 결과만 남겨왔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영광과는 분명 거리가 멀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를 남겼다. 거듭된 부진 속에서 지휘봉을 잡은 것은 바로 류중일 감독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큰 부담 속에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을 맡게 됐다. 당시 류중일호는 예선 라운드에서 대만을 상대로 무릎을 꿇으면서, 또다시 금메달과는 인연이 닿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국은 대만을 제외한 모든 팀을 무너뜨리며 결승 티켓을 손에 넣었고, 다시 만난 대만을 상대로 완벽하게 '설욕'에 성공하면서 '왕좌'에 올라섰다.
비록 우승과 연이 닿지는 못했지만, 한국과 일본, 대만, 호주까지 4개국의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부여하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BPC)에서도 대표팀은 '준우승'이라는 좋은 성과를 거뒀다. 특히 결승전에서 일본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력은 팬들로부터 칭찬을 받기도 했다. 이에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이버 서울시리즈를 비롯해 11월 열리는 WBSC 프리미어12도 류중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샌디에이고와 경기를 앞둔 류중일 감독은 부푼 기대감보다 우려를 표했다. 이유는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리기 전 먼저 '스페셜 게임'에 임했던 키움 히어로즈가 장단 14안타와 11개의 사사구를 기록하는 처참한 경기력 속에서 3-14으로 완패했던 까닭이다. 현장에서 직접 경기를 지켜봤던 것은 아니지만, 고척돔으로 향하기 전 류중일 감독 또한 키움의 경기를 지켜봤다. 메이저리거들의 좋은 기량을 확인함과 동시에 '대표팀'을 이끄는 입장에서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축제를 하게 돼 긴장도 되고 기분이 묘하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좋고, 타자도 잘 치더라. 일단 타격에서는 공을 때리는 면적이 넓다. 물론 경기를 해봐야겠지만, 재밌는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면서도 "승리보다는 창피한 경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대표팀이 아닌가. 대등한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크게 질까봐 걱정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있죠. 창피 당하면 안 되지 않느냐"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이날 팀 코리아 선보인 경기력은 사령탑의 우려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칭찬을 받아 마땅한 경기였다. 물론 첫 실점 과정은 아쉬웠다. 향후 한국 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을 문동주가 1회부터 '영점'을 잡지 못하면서 볼넷 세 개로 위기를 자초, 폭투로 허무하게 점수를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끊었다. 그러나 이날 대표팀의 실점은 이 실점이 마지막이었다. 오히려 대표팀의 마운드는 샌디에이고의 강타선을 완벽하게 잠재웠다.
팀 코리아의 탄탄한 투구는 2회부터 시작됐다. 1회 난조 속에서 선취점을 내준 문동주가 안정을 찾더니 타일러 웨이드-잭슨 메릴-잰더 보가츠로 이어지는 샌디에이고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었다. 류중일 감독은 당초 예고했던 대로 문동주에 이어 원태인을 투입했는데, 2이닝 동안 3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불안한 투구 속에서도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결과를 만들어내며 대등한 경기를 이어갔다. 여기서 분위기를 타기 시작한 팀 코리아 마운드는 철벽과도 같았다.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신민혁은 제이크 크로넨워스-매니 마차도-김하성으로 이어지는 샌디에이고의 중심 타선을 상대로 두 개의 삼진을 곁들이며 삼자범퇴를 마크했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주릭슨 프로파-루이스 캄푸사노-타일러 웨이드를 꽁꽁 묶었다. 이후 본업이 불펜 투수인 정해영이 바통을 이어받아 7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면서 1점차 승부를 유지했다. 그리고 8회 최준용이 등판해 마차도-김하성-호세 아소카를 모두 요리하면서 8이닝을 단 1실점으로 막아내는 압권의 투구를 펼쳤다.
타선의 활약도 칭찬을 받을 만했다. 결정적인 한 방이 터지지 않으면서 경기를 패하게 됐지만, 팀 코리아는 이날 샌디에이고보다 더 많은 5개의 안타를 터뜨렸다. 특히 문보경은 1안타 1볼넷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뽐냈고, 이러한 과정에서 팀 코리아는 무려 다섯 번의 득점권 찬스를 손에 넣기도 했다. 결과와 무관하게 한국 대표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 분명한 것은 이날 팀 코리아는 샌디에이고를 상대로 대등했고, 이들을 벼랑 끝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이다.
고척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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