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박승환 기자] "야 에이스야! 안경에이스, 저기 가서 부담 없이 던지고 와!"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은 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2차전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103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 시즌 첫 승을 손에 넣었다.
지난달 24일 SSG 랜더스와 개막 시리즈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다. 당시 박세웅은 5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지만, 승리와 연이 닿지 못했는데, 지난 30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는 3⅓이닝 동안 무려 9개의 피안타를 맞는 등 8실점(5자책)으로 아쉬움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날 박세웅의 투구는 이전 등판과 분명 달랐다.
박세웅은 이날 최고 148km 직구(44구)를 바탕으로 커브(25구)-슬라이더(21구)-포크볼(13구)를 섞어 던지며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박세웅은 두산 박준영에게 솔로홈런을 맞았지만, 이닝 동안 투구수 103구,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9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와 함께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9개의 삼진 중 6개가 커브였을 정도로 박세웅의 볼이 춤을 췄다.
'안경에이스' 박세웅은 1회 양의지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실점 없이 경기를 출발했다. 그리고 2회에는 양석환-강승호-김인태로 이어지는 타선을 상대로 'KKK' 이닝을 만들어냈고, 3회 처음 맞은 실점 위기도 잘 넘겼다. 4회 병살타를 곁들이며 두산 타선을 요리한 박세웅은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준영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첫 실점을 기록했지만, 탄탄한 투구에 큰 영향은 없었다.
박세웅은 6회 시작과 동시에 정수빈에게 안타를 맞았다. 하지만 허경민을 우익수 뜬공, 양의지를 2루수 뜬공, 김재환을 삼진 처리하며 두산의 상위 타선을 봉쇄했고, 여유가 있는 투구수 속에 7회에도 등판해 양석환-강승호-김인태로 이어지는 타선을 묶어내면서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이날 사직구장의 1루 관중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박세웅이 7이닝 1실점 투구를 펼치자 '박세웅'을 외치며 안경에이스의 호투에 뜨거운 함성을 쏟아냈다.
경기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정보근은 "직전 등판에서 도망가서 피해다니는 피칭을 했다. 그래서 오늘(6일)은 '두산 타자들도 공격적이니, 우리가 역으로 더 공격적으로 가보자'고 하면서 최대한 스트라이크존에 넣을려고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낙차 큰 커브나,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포크볼을 섞었던 것이 주효했다. 직전 등판보다 공이 더 좋았다. 저번 등판에서는 세웅이 형이 너무 안 맞으려고 했는데, 이번에는 '나를 믿고 던져달라'고 했는데 잘 따라와줬다"고 호투의 비결을 짚었다.
이후 취재진과 인터뷰에 응한 박세웅은 '첫 승 축하한다'는 말에 "작년보다 조금 빨리한 것 같다"고 웃으며 "지난 경기에서 좋지 않은 부분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 그리고 공부도 많이 하고, 컨디션 관리를 하면서 오늘 첫 승을 하게 돼 기쁜 마음이 큰 것 같다. 지난 등판에는 제구로 상대 타자를 잡으려고 했던 것이 볼이 되고, 볼이 많아지면서 아쉬운 결과가 있었다. 나는 제구로 타자를 잡는 것보다 구위로 타자를 잡는 투수였다는 것을 되뇌면서 피칭을 했다"고 첫 승의 소감을 전했다.
앞서 언급했듯 박세웅은 9개의 삼진 중 6개를 커브로 잡아냈다. 그는 "(정)보근이가 사인을 내는 대로 던졌다. 물론 내가 선택해서 던진 경우도 있지만, 보근이가 경기를 준비하면서 볼을 받았을 때 '좋았다'고 판단을 해서 사인을 내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좋은 경기에 삼진이 많이 나오는 편이기도 하지만, 삼진이 많이 나온 부분이 좋았다"고 이날 많은 삼진을 커브로 잡아낸 것에 대해서는 포수 정보근에게 공을 돌렸다.
5회 투구를 마치고 6위 마운드에 오르기 직전 박세웅은 사령탑으로부터 한마디를 들었다고. 물론 격려의 말이었다. 박세웅에 따르면 김태형 감독은 "야 에이스야! 안경에이스, 저기 가서 부담 없이 던지고 와!"라는 말을 건넸다. 이에 박세웅은 "감독님께서 믿어주시는 것에 보답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시는 감독님의 한마디가 있어서 더 힘이 났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박세웅은 "농담이라기보다, 감독님께서 건네는 한마디가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께서 칭찬이 많은 스타일은 아니시라고 들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선수로서 그런 한마디로 믿음을 주시는 것에 보답을 드려야 한다"며 "마운드로 나가는데 감독님께서 부르셔서 '왜 부르시나' 했는데, 그런 이야기를 해주셔서 내심 기분이 좋았다"고 덧붙였다.
박세웅은 이날 7회 투구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팬들로부터 이름을 연호 받았다. 안경에이스는 "코치님께서 '한 이닝 더 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던지면 불펜 투수들이 쉴 수 있었다. 지난 경기에 고생이 많지 않았나. 불펜 투수들에게 보답할 수 있는 것이 선발 투수로 더 많은 이닝을 던져서 하루 휴식을 주는 수밖에 없다"며 이름 연호에 대해 "오랜만에 들어봤다. 많은 팬분들이 오신 만큼 4월이 시작됐으니, 3월의 마이너스를 이제 플러스로 만드는 시즌을 보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박세웅은 '올 시즌 가장 경기가 잘 풀렸다. 선수단이 어떻게 반전을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나만 잘하면 될 것 같다. 내가 가장 중요한 키라고 생각한다. 마운드에서 오늘처럼만 던지면 우리팀은 플러스를 하고 있을 것 같다"며 다음 등판에서도 필승을 다짐했다.
부산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