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박승환 기자] 무려 1951일 만에 선발 투수로 1군 무대를 밟은 '특급재능' 윤성빈이 1이닝 밖에 던지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급기야 '마당쇠' 최이준은 어깨를 부여잡고 자진해서 강판했다. 롯데 자이언츠에겐 악몽과도 같은 하루였다.
롯데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SS 랜더스와 팀 간 시즌 11차전 원정 맞대결에서 5-11로 완패했다.
▲ 선발 라인업
롯데 : 윤동희(중견수)-고승민(2루수)-전준우(좌익수)-빅터 레이예스(우익수)-나승엽(1루수)-정훈(지명타자)-최항(3루수)-정보근(포수)-박승욱(유격수), 선발 투수 윤성빈.
SSG: 최지훈(중견수)-정준재(2루수)-최정(3루수)-기예르모 에리디아(좌익수)-박성한(유격수)-추신수(지명타자)-한유섬(우익수)-이지영(포수)-오태곤(1루수), 선발 투수 김광현.
이날 경기의 가장 큰 관심사는 롯데의 '아픈손가락' 윤성빈과 SSG '에이스' 김광현의 선발 맞대결이었다. 지난 2021년 5월 21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 이후 1166일, 선발 기준으로는 2019년 3월 28일 사직 삼성 라이온즈전 1951일 만에 윤성빈이 마운드에 올랐는데, 프로 데뷔 첫 맞대결 상대가 김광현이었던 까닭이다. 2018년 3월 25일 윤성빈은 프로 데뷔전에서 5이닝 2실점(2자책)으로 역투했으나 패전의 멍에를 썼고, 김광현은 5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잊혀진 특급재능' 윤성빈이 마운드에 오르게 된 가운데 경기 초반의 흐름을 잡은 것은 롯데였다. 롯데는 1회 선두타자 윤동희의 안타와 김광현의 폭투로 만들어진 1사 2루 찬스에서 전준우가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폭발시키며 기선제압에 성공, 후속타자 빅터 레이예스가 연속 적시타를 뽑아내며 2-0으로 앞서나갔다. 최근 부진한 투구를 거듭하다, 직전 등판에서 부활에 성공하는 듯했던 김광현의 컨디션이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1회말 수비 때 마운드에 오른 윤성빈이 선두타자 최지훈을 좌익수 파울플라이, 정준재를 중견수 뜬공으로 묶어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는데, 이어나온 최정에게 우익수-2루수-1루수 사이에 절묘하게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하면서 위기가 시작됐다. 이후 윤성빈은 기예르모 에레디아와 박성한에게 연속 적시타를 내주면서 2-2로 균형이 맞춰졌다. 그래도 윤성빈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추신수에게 위닝샷으로 140km 포크볼을 던져 이닝을 매듭지었다.
이에 롯데는 다시 한번 지원사격에 나섰다. 2회 선두타자 최항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뒤 윤동희가 안타를 뽑아내며 1, 2루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고승민이 김광현을 상대로 중견수 오른쪽 방면에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다시 4-2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2회 마운드에 오른 윤성빈이 선두타자 한유섬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더니, 이지영에 3구째 146km 직구를 공략당해 동점 투런홈런을 맞았다. 그리고 오태곤에게도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게 되자, 롯데 벤치가 움직였다.
롯데는 무려 3년 만에 마운드에 오른 윤성빈을 내리고 최이준을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하지만 이는 통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무사 1루에서 최지훈에게 안타를 허용하는 등 1사 1, 2루에서 최정에게 적시타를 맞으면서 리드를 빼앗겼고, 박성한도 안타를 허용하면서 어느새 간격은 4-6까지 벌어졌다.
특히 3회말 수비는 악몽 그 자체였다.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최이준이 한유섬을 1루수 땅볼, 이지영을 2루수 땅볼로 묶어내며 빠르게 아웃카운트를 느렸는데, 오태곤과 승부를 펼치던 중 어깨를 부여잡는 상황이 벌어졌다. 롯데 관계자에 따르면 최이준은 31일 검진을 받을 예정. 이에 롯데는 김강현을 투입해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은 뒤 4회초 고승민이 SSG 3루수 최정의 실책으로 출루, 후속타자 전준우의 안타 때 최정의 실책이 또다시 겹치면서 SSG를 5-6로 턱 밑까지 추격했다.
그러나 4회말 수비부터 조금씩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2루수 고승민의 실책과 최정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닥친 1, 2루 위기에서 김강현이 박성한을 상대로 1루수 땅볼을 유도했다. 이때 나승엽이 1루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는 김강현이 아닌, 유격수 박승욱에게 공을 뿌렸는데, 악송구로 이어지면서 허무하게 2루 주자의 득점을 허용했다. 그리고 5회에는 김강현-진해수-정우준까지 세 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위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해 대타 박지환에게 2타점 2루타를 맞으면서 간격은 5-9까지 벌어졌다.
실점은 계속됐다. 6회초에는 정우준이 선두타자 박성한에게 솔로포를 맞으면서 사실상 승기가 기울었다. 5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정우준은 7회에도 모습을 드러내 무실점으로 SSG의 공격을 막아내며 분투했으나, 8회초 바뀐 투수 박진이 한유섬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5-11까지 역전이 힘든 수준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결국 롯데 타선은 4회초 득점 이후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한 결과 5-11로 무릎을 꿇으며, SSG의 4연승을 허용했다.
144경기를 치르는 동안 수많은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지만, 이날 패배는 롯데 입장에서 매우 치명적이었다. '아픈손가락' 윤성빈이 오랜만의 1군 등판에서 또다시 좌절감을 맛보게 됐고, 롱릴리프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최이준까지 어깨를 잡은 까닭이다. 1패 이상의 손실이 많았던 경기다.
인천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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