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대차·기아, "과충전 때문에 발생한 화재 1건도 없다"
배터리의 두뇌 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과충전 차단'
배터리 잔량 100%라도 실제는 '96~97%'만 충전
[마이데일리 = 이재훈 기자] '전기차 배터리 100% 충전해도 불 안난다고?'
'전기차 포비아'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완성차 '빅3'이자 독보적인 국내 1위 기업인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배터리 100% 완충과 화재가 관련성이 없다'는 분석을 발표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0일 정부와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부가 배터리 제조사 공개나 완충 전기차 지하 주차 제한 등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고, 9월 초 전기차 화재 종합 대책을 공개할 계획이다.
그에 앞서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배터리 100% 충전'을 꼽아왔다. 100% 이상 충전을 지속하다 보면 배터리 과부하로 화재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분석이었는데,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가 한동안 전기차 배터리 100% 과충전을 막기 위한 제도 정비에 공을 들이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이후 과학계와 완성차 업계를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100% 충전은 화재 발생과 연관성이 거의 없다'는 연구 결과와 분석을 내놓으면서 찬성과 반대 측의 대립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번졌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기아가 이날 이 같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발표를 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100% 충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지 주목된다.
◇ 전문가 중론 "100% 충전, 화재 발생에 직접적 영향 없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 100% 충전이 화재 발생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화재의 주 원인은 과충전이 아닌 '배터리 셀'에 있다는 게 핵심이다.
그 중 국내 최고의 배터리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배터리 과충전이 전기차 화재를 일으키는 지배적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윤 교수는 성균관대와 삼성SDI가 손잡고 설립한 배터리공학과 대표 교수로, 성균에너지과학기술원 차세대배터리 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100% 충전이라는 게 매우 상대적인 개념으로 충전 깊이와 화재가 당연히 관련이 있지만, 지배적인 원인은 아니다"며 "이미 배터리 제조사는 물론 전기차 제조사들이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으로 이 같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안전과 기술력은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에너지 밀도, 파워, 비용, 제품 안전 등 핵심 요소에서 경쟁사 대비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현대차·기아 "전기차 배터리 100% 충전해도 안전"
국내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도 배터리 충전량(SoC)과 화재 발생 간에 관계가 없다며 100% 완충해도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다른 가전제품의 배터리와 마찬가지로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다. '배터리 두뇌' 역할을 담당하는 첨단 BMS(배터리관리시스템)가 이를 차단하고 제어한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안전성이 검증된 범위 내에서 배터리 충전 용량이 산정된다는 설명이다. 충전량 100%를 기준으로 안전성이 유지된다는 뜻이다.
실제 소비자가 100% 완충을 하더라도 전기차 배터리에는 추가 충전 가능 용량이 존재하며, 운전자가 수치상으로 볼 수 있는 충전량은 총 3개의 여유분(마진)이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유분은 배터리 제조사, 자동차 제조사, BMS 리밸런싱 3개 과정에 걸쳐 진행된다. 우선 배터리 제조사를 예로 들면, NCM 배터리의 경우 g당 최대 275mAh 정도까지 에너지를 담을 수 있으나, 제조사는 이보다 낮은 g당 200~210mAh 수준만 실제 사용될 수 있도록 설계한다.
현대차·기아와 같은 자동차 제조사는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내비게이션 화면 등을 통해 볼 수 있는 충전량 수치 보다 실제 배터리 완충을 그보다 적게 해둔다. 모두 여유분을 위해서다. 끝으로 BMS가 사용 가능 용량을 재산정하는 리밸런싱 과정에서도 일부 제외되는 용량이 있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배터리 충전량이 화재 규모나 지속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배터리 내부의 물리적 단락이나 쇼트 발생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아니여서 화재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일반적으로 배터리 화재는 제조 불량 또는 외부 충돌 등에 의해 내부에서 물리적 단락 발생 시, 양·음극간 높은 전류가 흐르고 열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 화학 물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산소 및 가연성 부산물 등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다고 못박았다.
이 때문에 충전량을 100% 이하로 제한하는 정부와 지차체, 일부 전문가들의 방침은 화재 발생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 결함이 없도록 배터리 셀 제조사와 함께 철저하게 품질관리를 하고 BMS를 통해 사전 오류를 진단해 더 큰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리스나 렌터카 등 회사 명의로 등록돼 BMS가 셀 이상을 진단해도 문자 통보가 제대로 안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ye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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