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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잠실예수'로 불렸던 케이시 켈리가 6년 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3이닝 퍼펙트 투구로 '세이브'를 수확하는 감격을 맛봤다.
켈리는 25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파크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원정 맞대결에 구원 등판해 3이닝 동안 투구수 38구,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세이브를 손에 넣었다.
켈리는 지난 2008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0순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 2012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빅리그의 무대를 밟은 뒤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몸담은 후 2019시즌에 앞서 LG 트윈스와 연이 닿았다. 켈리와 LG의 동행은 무려 6년 동안 이어졌다.
켈리는 데뷔 첫 시즌 14승(12패) 평균자책점 2.55를 기록, 이듬해에도 15승을 손에 넣으며 LG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좋은 흐름은 계속됐다. 2021시즌 켈리는 13승 평균자책점 3.15를 마크했고, 2022시즌에는 27경기에 등판해 16승 4패 평균자책점 2.5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10승 7패 평균자책점 3.83의 성적을 남겼고, 1994년 이후 LG가 29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는데 큰 힘을 보탰다.
문제는 올 시즌이었다. 켈리는 시즌 초반부터 제 기량을 뽐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3월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4.91로 부진한 스타트를 끊었고, 4월에도 1승 3패 평균자책점 5.16, 5월 또한 1승 2패 평균자책점 6.55로 허덕였다. 이에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LG가 움직이자, 켈리의 성적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권'을 위해선 강력한 1선발이 필요했던 LG가 고심을 거듭한 끝에 켈리와 동행에 마침표를 찍기로 결정했다.
당초 '이별'이 확정된 가운데 켈리는 마지막 경기에 등판하지 않았어도 됐지만, LG는 켈리가 팬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희망할 수 있기에 등판 의사를 물었고, 켈리 또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고별전이 마련됐다. 당시 우천으로 인해 켈리의 마지막 등판은 정식경기로 성립되지 않았으나, 켈리는 LG 팬들 앞에서 마지막으로 탄탄한 투구를 뽐냈고,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며 정들었던 LG와 작별했다. 그리고 켈리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켈리의 첫 행선지는 아버지 팻 캘리가 사령탑으로 있는 신시내티 레즈 마이너리그였다. 팻 켈리는 역사상 7번째로 2000승의 고지를 밟은 명장. 켈리는 시카고 화이트삭스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샬럿 나이츠와 맞대결에서 3이닝 1피안타 3볼넷 무실점 투구를 펼치는 등 2경기에서 8이닝 4실점(4자책) 평균자책점 4.50의 성적을 남겼고, 25일 경기에 앞서 신시내티와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으며 곧바로 26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며 2159일 만의 빅리그 복귀전에서 압권의 투구를 선보였다.
켈리가 마운드에 오른 것은 신시내티가 10-2로 크게 앞선 7회말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켈리는 첫 타자 브라이언 데 라 크루즈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경기를 출발, 후속타자 빌리 맥키니에게 첫 삼진을 뽑아냈다. 그리고 제라드 트리올로를 우익수 뜬공으로 요리하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리고 8회에도 모습을 드러낸 켈리는 선두타자 배지환과 맞대결에서 2루수 조나단 인디아의 호수비 도움을 받으며 첫 아웃카운트를 생산, 알리카 윌리엄스에게 두 번째 삼진을 솎아낸 뒤 브라이언 레이놀즈를 좌익수 스튜어트 페어차일드의 슬라이딩 캐치 도움을 받으며 '퍼펙트'를 이어갔다.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켈리는 9회 선두타자 오닐 크루즈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뒤 조이 바트 또한 3루수 땅볼로 묶어냈고, 마지막 타자 로우디 텔레즈를 우익수 뜬공으로 요리하면서 6년 만의 메이저리그 복귀전에서 3이닝 '퍼펙트' 투구로 세이브를 손에 넣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켈리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복귀를 'AP 통신'이 집중 조명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켈리는 전날(24일) 아버지 팻 켈리에게 "내일 선발로 나갑니다"라고 얘기했다고. 그런데 25일 경기에 앞서 콜업 소식을 전해 들었고 켈리는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이번엔 감격의 눈물이었다. 'AP 통신'은 "켈리는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고 있었고, 켈리의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이 소식을 전했을 때 웃음기는 없었다. KBO리그에서 오랜기간 뛴 켈리와 아버지 사이에서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이었다"며 켈리는 "우리는 몇 초 동안 서로(아버지)를 응시했다. 그리고 아버지와 나는 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없이 눈물을 쏟아낼 여유는 없었다. 메이저리그에 합류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금새 눈물을 닦아내고 빅리그 콜업을 준비한 켈리는 3이닝 퍼펙트 투구로 화려한 복귀전을 치렀다. 'AP 통신'은 켈리의 3이닝 퍼펙트 투구를 두고 "신시내티의 과로한 불펜에 환영할 마한 휴식을 제공했고, 후반기 침체기에 활력이 필요한 클럽하우스에 아드레날린을 공급하기 충분했다"고 평가했고, 데이비드 벨 감독 또한 "켈리는 확실히 자신의 역할을 했다. 좋은 분위기, 긍정적인 반응, 그게 우리팀의 모습이다. 켈리는 우리 팀과 잘 맞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켈리 또한 "내가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것에서 내가 해왔던 것 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빅리그는 어렵다. 최고 중에서도 최고"라며 "좋지 않은 날도 있겠지만, 나는 투수로서 내 기량에 자신이 있다"고 두 주먹을 힘껏 쥐었다. "여기서도 할 수 있을까?"라며 스스로에게 의구심을 품었던 켈리의 위대한 도전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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