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타이베이(대만) 김건호 기자] "선발 투수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회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대표팀은 조별리그 B조에서 3승 2패로 3위를 차지,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2015년 열린 초대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한국은 2019년 대회에서 준우승을 기록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 대만에 밀려 짐을 싸야 했다.
시작부터 꼬였다. 13일 대만 타이베이의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대만과의 대회 첫 경기에서 패배했다. 슈퍼라운드 진출을 위해서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3-6으로 무릎을 꿇으며 첫 발부터 꼬였다.
14일 타이베이의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두 번째 경기에서 8-4로 승리,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15일 일본전에서 3-6으로 역전패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16일 도미니카공화국과의 경기에서 9-6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희망을 살린 채 17일 휴식을 취했다.
17일 톈무야구장에서 일본과 쿠바가 만났으며 타이베이돔에서 대만과 호주가 싸웠다. 한국이 희망을 살리기 위해서는 일본과 대만 중 최소 한 팀이 패배해야 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승리하며 한국의 진출 가능성이 사라졌다. 18일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에서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 16일 도미니카공화국전을 앞두고 류중일 감독은 "계속 우리 선발이 조금 빨리 무너지다 보니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다. 중간 투수들이 자주 나가니까 힘들다. 선발 투수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선발진의 활약이 좋지 못했다. 대만전에 나온 고영표는 2이닝 2피홈런 6실점으로 무너졌다. 곽빈은 쿠바전에 등판해 4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최승용은 일본과의 맞대결에 나와 1⅔이닝 2실점을 마크했으며, 임찬규는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3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당했다. 18일 호주전에서도 고영표가 3⅔이닝만을 책임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탈락이 확정되기 전 4경기에서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 버텨준 적이 없었다. 선발진의 고전은 자연스럽게 불펜 과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당초 예비 명단에 있었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 손주영(LG 트윈스) 등이 부상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했고 문동주(한화 이글스)도 부상 때문에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의리(KIA 타이거즈)도 재활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계획과 다른 엔트리 구성이었다. 그렇지만, 기존 주축 자원들이 빠진다고 해서 전력에 큰 구멍이 생기면 안 된다.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8 LA 올림픽을 바라보고 나아가고 있다. 아직 2년, 4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 선발 투수 육성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좀 더 많은 선발 자원을 발굴해야 하며, 기량이 상향평준화 돼야 한다.
18일 호주전이 끝난 뒤 최일언 코치는 "육성은 무조건 해야 한다. 제가 대표팀 코치하면서 3년 동안 일본도 많이 돌아다녔다. 대학팀도 보고 실업팀도 보고 프로 선수도 봤는데, 연습 많이 한다. 공도 많이 던진다"며 "근데 우리나라가 공을 안 던지는 문화가 돼 있다. 제구가 좋아지려면 공을 던져야 한다. 확실하게 스트라이크 던지려면 웨이트나 훈련이나 쉬어서는 안 된다. 공을 던져야 한다. 안 다치게 공을 많이 던질 수 있는 밸런스를 가져야 되고 기초 체력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지금 각 팀 1, 2선발은 모두 트리플A에서 뛴 외국인투수다. 그 소리는 곧 우리 투수가 트리플A도 안 된다는 뜻이다"며 "1, 2선발은 국내 선수가 차지한 상태에서 외국인투수를 트리플A에서 데려와야 한다. 그래야 야구 레벨이 높아진다. 옛날에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은 외국인투수보다 잘 던졌다. 그런 선수들이 각 팀에 한두 명씩 나타나야 한다"고 밝혔다.
타이베이(대만)=김건호 기자 rjsgh2233@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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