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일본하고 붙을 때 잘 해라.”
6월21일 광주 KIA 챔피언스필드.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이 가까이에서 김도영(KIA 타이거즈)을 처음으로 본 날이었다. KIA 코칭스태프와 인사하고 1루 덕아웃으로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티배팅 중이던 김도영이 시야에 들어왔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김도영의 훈련을 잠시 지켜본 뒤 위와 같이 격려했다.
김경문 감독은 그날 취재진에 아무렇지도 않게 “일본이나, 상대 팀들 이겨야 할 때 필요한 선수”라고 했다. 당연히 국제용 선수이며, 대표팀에 붙박이로 간다는 전세를 깔고 대표팀에서 잘해야 하는 선수라고 강조했던 것이다. 당시 김도영은 “김경문 감독님에게 인정받았다고 생각하니 기분 좋다”라고 했다.
역시 김경문 감독의 직관력은 틀림없다. 김도영이 생애 두 번째 국제대회서 맹활약했다. 프리미어12 오프닝라운드 B조 5경기서 전부 3번타자로 출전, 17타수 7안타 타율 0.412 3홈런 10타점 4득점 1도루 장타율 1.059 출루율 0.444 OPS 1.503을 찍었다. 실책은 단 1개도 범하지 않았다.
12개국의 오프닝라운드가 끝난 결과, 김도영은 홈런 단독 2위, 타점 공동 2위, 장타율 3위를 차지했다. 5경기는 표본으로 삼기에 굉장히 작다. 그러나 그 5경기서 본인의 강점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도영이 정말 국제용이라는 걸 입증한 프리미어12다.
김도영의 생애 첫 국제대회는 작년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이었다. 당시 김도영은 4경기서 15타수 3안타 타율 0.200 1타점 4득점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심지어 일본과의 결승서 내야 땅볼을 치고 1루에 헤드퍼스트슬라이딩을 하다 왼 엄지 중수지절관절 내측 측부인대 파열 및 견열골절이란 중상을 당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서 작년의 악몽을 완벽히 씻고 국제용임을 입증했다. 국내에선 38-40으로 재능을 폭발했고, KIA의 통합우승을 견인했다. 그리고 국제대회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대표팀이 도쿄에 가지 못한 게 김도영의 유일한 아쉬움일 듯하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오프닝라운드 현장을 찾았다. 존 폴 모로시 등 메이저리그 출입 기자도 있었다. 김도영이 사실상 첫 메이저리그 쇼케이스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메이저리그 역시 당연히 올해 김도영의 퍼포먼스를 유심히 체크했고, 데이터를 쌓기 시작했다.
김도영은 풀타임 3년을 보냈다. 2028시즌을 마치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 아직 먼 미래의 일이긴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시선에 김도영이 좀 더 선명하게 각인된 건 분명하다.
김도영에겐 앞으로도 수많은 쇼케이스 무대가 주어질 전망이다.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을 시작으로 나고야아시안게임, 2027년 프리미어12, 2028년 LA 올림픽까지, KBO리그 탑클래스를 유지하면서 국제대회서도 꾸준히 활약하면, 김도영의 가치는 쭉쭉 상승할 전망이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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