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도 영어로 써야 하나?" 현대차 첫 '외국인 CEO' 화제만발

현대차 창사 57년 만 첫 외국인 CEO
정의선표 파격 인사 배경은…트럼프 집권 2기 대응

기존 100대 기업 중 외국인 CEO 4명
대부분 자회사·합작사·현지법인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현대차가 창사 57년 만에 처음으로 외국인 대표이사를 내정한 가운데 국내 기업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목받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기존 외국인 CEO들이 속한 기업들은 외국 기업의 자회사이거나 합작사, 현지법인, 외국기업 인수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기준 매출 100대 국내기업 중 외국인 CEO를 보유한 기업은 외국계 기업인 에쓰오일(안와르 알 히즈아지)과 인수 기업인 두산밥캣(스캇 박), 한온시스템(너달 쿠추카야·나가수브라모니 라마찬드란) 등 3곳이다. 인원으로는 총 4명이다. 여기에 비상장기업인 외국계 합작사 한화토탈에너지스(티에리 불푸와)와 외국 자동차 브랜드의 현지법인인 한국GM(헥터 비자레알), 르노코리아(스테판 드블레즈)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967년 설립돼 한국의 대표기업으로 자리 잡은 현대차가 외국인 CEO를 내세운 현대차 사장단 인사는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15일 사장단 인사에서 현대차 대표이사로 내정된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겸 북미권역본부장은 다음 달 예정된 이사회에서 결의만 얻으면 내년 1월부터 현대차 CEO가 된다.

또 주한 미국대사 등을 역임한 성김 고문역을 그룹 싱크탱크 사장에 영입·임명했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맞춰 최대 시장인 북미 시장 공략과 글로벌 통상·정책 대응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는 풀이가 나온다.

무뇨스의 CEO 내정 이후 현대차 내부에서는 외국인 CEO와의 언어소통을 비롯해 근무 지역 등과 연관된 궁금증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직장인 인증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이제 보고서는 한국어와 영어 2개로 작성해야 하느냐'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직원들은 무뇨스 CEO 내정자의 근무 지역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기존 외국인 CEO들은 한국에 사무실, 집을 마련하거나 출신 국가와 한국을 왕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올해 초 에쓰오일의 알 히즈아지 대표이사가 장인상을 당하자, 부고에 빈소와 장지가 사우디아라비아로 적히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 무뇨스는 미국에 머물고 있으며 추후 근무지는 현대차 경영진들과의 협의 후에 결정될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 순혈주의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번 인사가 신선하면서도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많다"고 말했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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