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공항 박승환 기자] "지금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LA 다저스 김혜성은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 미국 시애틀을 거쳐 애리조나 피닉스로 출국한다. 메이저리그 진출이 확정된 이후 처음 취채진 앞에 선 김혜성은 뜨거운 취재 열기에 "이제서야 실감이 난다"고 활짝 웃었다.
김혜성은 지난 2023시즌이 끝난 뒤 키움 히어로즈에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혔다. 키움은 김혜성의 도전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혜성은 'CAA 스포츠'와 에이전트 계약을 체결하며 빅리그 입성을 위한 준비했다. 그리고 지난해 127경기에 출전해 166안타 11홈런 75타점 90득점 30도루 타율 0.326 OPS 0.841의 성적을 거두며 쇼케이스를 마친 김혜성은 2일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에 포스팅이 됐다.
스토브리그 초반 김혜성과 가장 많은 연결고리가 형성됐던 구단은 시애틀 매리너스였다. 2018년 로빈슨 카노가 팀을 떠난 뒤 주전 2루수를 찾지 못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포스팅 마감을 앞두고 전해진 소식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었다. 3+2년 2200만 달러(약 322억원)의 계약을 통해 LA 다저스와 손을 잡은 까닭. 김혜성은 3년 동안 1250만 달러(약 183억원)를 보장 받고, 다저스가 이후에도 동행을 희망할 경우 2년 동안 950만 달러(약 139억원)를 추가로 지급받는다.
사실 다저스는 굳이 김혜성을 영입하지 않아도 됐다. 'MVP' 무키 베츠를 비롯해 토미 에드먼과 개빈 럭스,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까지 2루수 역할을 맡을 자원이 즐비했던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스토브리그 내내 내야 수비력 강화를 목표로 삼았고, 김혜성을 품에 안게 됐다. 그리고 다저스는 곧바로 추가 움직임을 가져갔다. 내야가 포화 상태에 도달하게 된 상황에서 주전 2루수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던 럭스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하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김혜성에게 경쟁자가 사라지게 된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현재 김혜성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크리스 테일러와 미겔 로하스와 경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그리고 외야 유망주인 앤디 파헤즈와 제임스 아웃맨이 스프링캠프에서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일 경우 다저스는 에드먼을 언제든 내야로 복귀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반드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다.
김혜성을 향한 미국 현지 언론의 평가는 갈리는 편이지만,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가 전망한 김혜성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팬그래프의 야구 성적 예측 프로그램인 '스티머'에 따르면 김혜성은 올해 94경기에 출전해 5홈런 35타점 41득점 14도루 타율 0.279, 출루율 0.324, 장타율 0.374 OPS 0.698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예상에 근접한다면, 김혜성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은 데뷔 시즌이 될 수 있다.
▲ 다음은 김혜성의 일문일답
Q. 실감은 나느냐
"지금 실감이 나는 것 같다"
Q. 등번호 6번을 달게 된 것 같다
"등번호는 아쉽게 3번이 없더라. 한 자릿수 번호 중에서 뭐가 괜찮을지 고민하다가 6번을 선택하게 됐다. 내가 알기론 트레이 터너 선수가 6번을 달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나도 6번을 달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Q. 개빈 럭스도 트레이드가 됐고, 크리스 테일러도 트레이드 매물이 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개인적으로 느껴지는게 있나
"느껴지거나 달라진 점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도전하는 메이저리그이기 때문에 트레이드가 되든 안 되든 똑같은 마음으로 준비할 것 같다"
Q. 다저스 구단은 어떤 이미지인가
"명문 구단이다. 코리안 빅리거들도 많이 뛰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봐왔던 팀이다. 그리고 지난해 우승을 했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라 생각하고, 그 구단에 뛰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빨리 뛰고 싶다"
Q. 오타니가 계약을 맺기 전 조언을 해줬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딱히 큰 조언은 아니다. 같은 소속사다 보니 같은 시설에서 운동을 하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인사와 대화를 몇 마디 나눴다. (오타니가) 한국어로 항상 인사를 해줬다. 그래서 나도 일본어를 공부하면서 대화를 했던 것 같다. 한국어로 인사를 해주는데, 나도 맞춰서 해야 할 것 같아서 열심히 공부했다. '안녕하세요? 혜성씨'라고 하더라"
Q. 어제 이정후가 박지성같다고 칭찬을 해줬다
"인터뷰를 보고 3초 동안은 웃었던 것 같다. 고맙고 감사한 말인 것 같다. 워낙 위대하신 분과 비유를 해줘서 고맙다는 생각이다. (이)정후는 슈퍼스타가 아닐까 생각한다. 비유가 필요 없다. 작년에 부상이 있었지만, 올해는 잘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계약 과정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내가 많이 물어봤던 것 같다. 정후가 메이저리그에 1년 먼저 가다 보니, 선수층과 생활적인 면에 대해서 많이 물어봤다. 너무 잘 알려줘서 팀을 선택하는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Q. 빅리그에서 이정후가 속한 샌프란시스코와도 경기를 할 텐데
"빅리그에서 만나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정후가 타석에 있다면, 항상 똑같은 마음으로 공을 다 잡는다는 생각이다"
Q. 메이저리거 김혜성을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인가
"나이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인생을 살면서 내가 가고자 하는 목표 의식, 만족감 없이 항상 높은 목표를 갖고 살다 보니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 메이저리그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나
"안 그려진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프로에 처음 입단했을 때의 느낌이다. 최대한 성실하게 열심히 할 생각이다"
Q. 서울시리즈가 다저스를 선택하는데 영향을 줬나
"딱히 영향은 없었던 것 같다. 그냥 팀 자체가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끌리지 않았나 생각한다"
Q. 포스팅 30일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하더라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돌이켜 보면 좋은 추억인 것 같다"
Q. 외야 경험을 비롯해 현지에서는 유틸리티로 보는 시선이 있다
"나는 야구 선수이다. 어떤 포지션에서 나가든 수비를 잘 소화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한다. 어떤 포지션이든 상관없이 잘 준비해서 팀에서 맡겨주시는 역할을 잘 소화하겠다"
Q.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야구를 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보다는 더 잘하는 수밖에 없다. 작년보다 잘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 장점을 살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일단은 도전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내세워서 매력을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미국으로 간 뒤의 일정은?
"입단식은 잘 모르겠다. 일단은 훈련과 연습을 계속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야구 선수로서 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동 때문에 일찍 미국으로 가는 것이다"
Q. 다저스가 영입 의사를 보였을 때의 기분은?
"너무 좋았다. 사실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포스팅이 된 후 다저스에서 가장 먼저 연락을 줬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다저스는 어릴 때 TV로 봤던 팀이다. 그 팀에서 데뷔를 한다는 것이 굉장히 영광스럽다. 데뷔를 빨리 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미국으로 간 뒤에는) 어떤 부분을 가리지 않고 다 엸미히 하겠다"
Q. 다저스에서 경쟁이 치열할 것 같은데?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을 갔다고 하더라도 경쟁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팀을 가도 첫 해에는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다저스에서 좋은 경쟁을 통해 자리를 잡고 싶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 첫 목표는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서 데뷔를 하는 것이다. 최종 목표는 차차 정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에드먼과 같은 팀에서 뛰게 됐는데, 연락은 했나?
"에드먼과는 WBC에서 같이 뛰었다. 완전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같은 내야수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번에도 연락을 주고 받았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나자고 하더라"
Q. 이정후가 따로 이야기해준 것이 있나
"(김)하성이 형도, (이)정후도 타격 쪽에서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선수마다 타격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둘다 '가서 겪어봐라'는 이야기를 하더라. 빨리 겪어봐야 할 것 같다"
Q. 키움 동료들이 있는 캠프지 방문 계획은?
"시간이 있다면 무조건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보고 싶은 선수들도 많다. 동료들은 모두가 응원을 해주고 축하를 해줬다. 너무 감사하다. 올해 함께 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모든 선수를 다 응원하고 있다. 올해 키움이 우승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키움 팬들께는 2017년부터 히어로즈라는 팀에서 뛰게 됐는데, 2024년까지 한결같이 열심히 응원해 주신 덕분에 조금씩 성장해서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 히어로즈는 아니지만, 열심히 응원해 주신다면, 변함없이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다"
인천공항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