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은퇴까지 미루며 그렇게 들어 올리고 싶었던 우승 트로피
[마이데일리 = 유진형 기자]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 꿈꾸는 대로 이뤄진다.
누구나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런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저 허황한 꿈이라 여기며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중도에 포기한다. 그러나 김연경은 달랐다.
그녀는 해외 리그 도전을 마치고 V리그 복귀한 이후에도 4번이나 MVP를 수상할 정도로 최고의 선수였다. 은퇴를 앞둔 베테랑이었지만 매 시즌 MVP를 수상할 정도로 녹슬지 않은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던 '배구 여제'였다. 부러울 게 없이 모든 걸 다 이룬 것 같았던 그녀지만 갖지 못한 단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V리그 우승 트로피였다.
김연경은 2005-06시즌 데뷔와 함께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정규리그와 챔프전 최우수선수(MVP), 신인상 등을 모두 휩쓴 이후 4시즌 동안 3번이나 우승을 했다. 그리고 더 이상 국내에서 이룰 게 없었던 그녀는 해외 무대로 진출했다. 일본과 유럽에서의 커리어도 성공적이었다.
특히 2011년에는 튀르키예 페네르바체에서 유럽배구연맹(CEV) 챔피언스리그 MVP까지 거머쥘 정도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그녀였다. 그리고 태극마크를 달고도 2012 런던올림픽 4강, 2016 리우올림픽 8강, 2020 도쿄올림픽 4강을 이뤄내며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 여자 배구의 위상을 드높인 일등 공신이었다.
하지만 2020-21시즌 11년 만에 국내 무대로 돌아온 이후 우승 문턱에서 계속해서 좌절하며 챔프전 준우승만 차지하는 불운을 맛봤다.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김연경은 절치부심 은퇴까지 미루며 마지막 시즌을 준비했다. 그리고 '생각하는 대로 이뤄진다'라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몸소 보여줬다.
김연경이 우승 트로피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는 지난달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도드람 2024-2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 보여줬다. 김연경은 마지막 단체 사진 촬영까지 마쳤지만 나 홀로 무대 위에 남았다. 그러고 주위 눈치를 보던 김연경이 조용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들키지 않게 살짝 들었지만, 그 순간 김연경의 얼굴은 미소로 가득했다. 이렇게라도 우승 트로피를 만지고 싶었던 김연경의 간절함이었다.
이런 간절함은 통했다. 김연경은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생생하게 생각만 해도 어느샌가 이뤄져있다는 마법 같은 이야기를 현실로 보여줬다. 그녀가 통합우승이라는 확신을 갖는 순간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수군거림은 점차 사라지게 됐고 결국 '배구 여제'는 우승 트로피를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나는 나의 능력을 믿으며 어떠한 고난과 어려움이 와도 이겨낼 수 있다'라는 김연경의 자신감은 내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귀담아들어야 한다는 중요성을 일깨워줬다. 목표를 구체화하고 자기 암시를 통해 동기를 얻은 후 꾸준히 행동해야 한다는 김연경의 가르침을 후배들은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갖고 끝까지 최선을 다한 김연경이 우승과 함께 은퇴했다 / 한국배구연맹(KOVO)]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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