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생보사 인수 의사결정 절차 미흡
부당대출 101건·2334억원 적발
금융위 조건부 승인 가능성 거론
[마이데일리 = 이보라 기자] 우리금융그룹의 동양·ABL생명 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감독원 정기검사 결과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 결정 과정에서 내부 규정을 어긴 사실이 적발된 데다 부당대출 규모도 기존보다 불어나면서다. 반면 과거 조건부 승인 사례가 있었던 만큼 편입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검사결과’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생명보험사 인수 관련 의사결정 절차에서 내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의 부당대출 규모도 기존보다 7배가량이나 불어났다.
우선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내부 통제가 미흡했던 사실이 적발됐다. 조사에 따르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M&A(인수합병) 안건을 리스크관리위원회가 개최되기 전 미리 상정했다. 리스크관리위 심의 내용도 이사회 안건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부당대출 규모도 지난해 적발된 규모보다 7배나 늘어났다. 금감원이 검사에 따르면 우리은행의 부당대출은 101건·2334억원에 달한다. 금감원이 작년 발표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규모는 350억원이었으나 이번 검사로 380억원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73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338억원은 부실대출로 분류돼 있다.
이번 검사 결과가 반영되면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에서 3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는 2등급이다. 금융지주는 경영실태평가에서 2등급 이상을 받아야 자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 경영실태평가에서 내부통제 평가 비중은 15%나 된다.
다만 금융위원회 유권해석에 따라 조건부로 자회사 편입이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위는 경영건전성 개선 등의 조건을 붙여 금융지주의 자회사 편입을 승인할 수 있다. 지난 2004년 우리금융은 경영실태평가 3등급을 받고도 금융위로부터 LG투자증권 인수 승인을 받았다. 2014년 KB금융도 전산교체 관련 내분사태로 감독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았음에도 LIG손해보험 인수를 승인받았다.
한편 우리금융은 지난달 15일 동양·ABL생명 관련 인수 승인 신청서를 감독당국에 제출했으며, 규정상 당국은 2개월 내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12개월 안에 동양·ABL생명 인수를 마무리하지 못해 다자보험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총 인수가액(약 1조5500억원)의 1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물어야 한다.
이보라 기자 bor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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