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국내 정유 4사, 지난해 실적 부진…두 자릿수 감소세
정제마진 회복세 및 원유 원가 절감 가능성 '기대'
방산·배터리업계도 트럼프 관세 수혜 가능성
캐나다·멕시코·중국 관세 강화 반사이익↑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지난해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를 필두로 방산·배터리 업계가 트럼프 노믹스 강화로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에 대한 관세 강화 조치가 되레 국내 정유업계와 방산·배터리 업계의 대미 수출 및 현지 생산 경쟁력을 높이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실적이 직전 연도 대비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악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매출 74조7170억원, 영업이익 315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3.3%, 83.4% 줄었다. GS칼텍스는 지난해 영업이익 1조6838억원으로 전년 대비 58% 감소했으며, 매출 역시 17% 줄어든 48조6075억원을 기록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8.4% 증가한 30조468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58.2% 감소한 2580억원이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매출액은 36조6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어났으나만, 영업이익은 460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 침체로 인해 석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정제마진이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또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이 높아진 것도 실적 부진에 악영향을 끼쳤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 말 1320원에서 12월 말 1477원까지 치솟으며,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국내 정유사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켰다.
다만 정유업계는 올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 멕시코 관세 부과에 따른 반사이익과 정제마진이 최근 손익분기점인 4~5달러 선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 비춰 올해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정제마진은 7달러대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었으나, 3월 말부터 급격히 변동이 일어나더니 지난해 9월 들어 1달러대까지 낮아졌다.
정제마진 감소에 직격탄을 맞은 정유업계는 지난해 1~3분기 합산 1조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렸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정제마진이 5.3달러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자 자연스레 4분기 흑자 전환이 일어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1599억원,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 1475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 4149억원에서 4분기 2608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와 함께 정유업계는 올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와 멕시코산 원유 25%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대한 수혜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 관세가 본격화된다면 캐나다의 원유 단가가 올라 미국 정유사들의 캐나다산 원유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이에 미국으로 넘어가지 못한 캐나다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아시아 시장의 수출량을 늘리고, 중남미나 중동 시장과의 가격 경쟁을 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원유 수입 단가가 낮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 정부 관세와 관련해 "캐나다산 원유 일부가 아시아로 넘어올 경우 우리는 조금 더 싼 원유 구입 기회가 생겨 긍정적 효과를 예상한다"며 "마진 관점에서 보면 미국 정유사들의 가동이 일부 감소하고 소비자 가격 인상할 수 있어 마진 측면에서도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한 달 유예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정유업계는 계속되는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세 반발 대응에 미국 정부가 보편 관세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상황의 흐름을 지켜보겠단 입장이다.
방산업계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반사이익을 노려볼 수 있다. 최근 미국 행정부가 콜롬비아에 방산품목 수출 제재를 시행하면서 콜롬비아 무기 공급에 제동이 걸었다.
이에 국내 방산 전문가들은 미국이 콜롬비아에 대한 방산 수출을 줄이는 상황에서 한국이 틈새시장으로 콜롬비아 시장에 한국 방산 수출 품목을 확대할 기회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방부 산하 공공기관인 전쟁기념사업회 대표단이 카를로스 실바 콜롬비아 공군부사령관과 후안 마조 육군방산청장을 만나 방산 분야 협력방안을 하는 등 양국 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확대 수출에 긍정적 요인으로 보고있다.
배터리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자국 내 제조업 보호를 위해 중국산 배터리 및 소재에 대한 추가 규제를 강화할 경우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만일 중국산에 대한 추가 관세 및 수입제한 조치가 이뤄진다면 미국에 생산기지를 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대체공급자로 떠오를 수 있다.
심지원 기자 sim@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