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ESG 경영컨설턴트 심준규] 최근 전기료 인상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치솟으면서 에너지 정책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이 시행 중이다.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중장기 에너지 정책 내용이며,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에너지 전환의 방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다.
11차 전기본은 2038년 기준으로 주요 에너지 발전 비중을 △원자력발전 35.6% △신재생에너지 32.9% △LNG 11.1% △석탄 10.3%로 제시했다. 즉 부족한 전력을 원전 중심으로 보완하는 형태다.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세계적 에너지 흐름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정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정부 부처 간 긴밀한 협력과 함께 정책 수립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특히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은 지역사회와 소통, 전문가 정책 제안, 시민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가 정책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동력이 된다.
하지만 현재 전기본은 산업통상자원부 단일부처 주도로 추진되고 있어 아쉽다. 유관 부처와 협력으로 환경, 국토개발 등 다각적 측면에서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각 부처 전문성과 역량을 결집해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부처간 협력에 의한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핵심 영역에서 구체화 할 수 있다.
첫째, 해상풍력 발전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해역은 수심이 얕고 풍속이 강하다.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의 최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환경부는 환경영향평가를, 해양수산부는 지역주민과 상생 방안을, 산업부는 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행정적 지원을 맡는 등 부처별 전문성을 살린 협력을 통해 체계적인 해상풍력 발전 확대를 도모할 수 있다.
포르투갈은 관련 부처의 통합적인 해상풍력 정책 추진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 2021년 기준 전체 전력의 58%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했으며, 2050년까지 전력의 100% 재생에너지 전환이라는 목표 아래 세계적인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둘째, 건축물 부문에서 혁신적인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협력으로 신축 옥상과 외벽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으로 도시 전체를 재생에너지 생산 기지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 부문 대표 사례로 독일 프라이부르크시를 참고할 수 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솔라시티’ 프로젝트는 도시계획과 에너지 정책의 긴밀한 협력을 토대로 체계적인 태양광 설치 가이드라인과 엄격한 에너지 효율 기준을 도입해 도시 전체를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셋째, 도시 인프라와 재생에너지의 융합을 들 수 있다. 도시 내 지하철역, 하수처리장, 폐기물처리시설 등 기존 도시 기반시설을 재생에너지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도시 전체의 에너지 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통해 도시 인프라의 에너지 생산성을 높이고 자원 순환형 도시로의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력이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은 도시 인프라 활용의 선도적 사례를 보여준다. 지하철 이용객의 체열을 활용한 난방 시스템, 하수처리장의 바이오가스 생산, 폐기물을 활용한 지역난방 시스템 등 도시 기반시설을 재생에너지 생산과 활용의 장으로 전환했다. 기존 도시 인프라의 기능을 확장하고 재해석한 새로운 접근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기본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한국 재생에너지 목표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해당한다. 글로벌 기업의 100% 재생에너지 사용을 선언한 이니셔티브인 RE100은 최근 한국 재생에너지 정책에 우려를 표명했다.
앞으로 우리나라가 맞이할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체계를 구축해야겠다.
|심준규. 더솔루션컴퍼니비 대표. <실천으로 완성하는 ESG 전략> 저자. 기업의 ESG 역량 강화 프로그램 개발과 ESG경영컨설팅을 하고 있다.
더솔루션컴퍼니비 심준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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