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오키나와(일본) 김경현 기자] "타자가 아닌 ABS와 싸우고 있더라"
KBO는 2024시즌을 앞두고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utomatic Ball-Strike System, ABS) 도입을 선언했다. ABS는 KBO리그의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 시즌 초기 정확성 논란으로 진통을 앓았고, 중반을 넘어가자 하이볼이 투수들의 무기로 떠올랐다. 도입 1년이 지난 가운데 SSG 랜더스 김광현이 그간 느낀 점을 밝혔다.
SSG는 2월 28일 일본 오키나와현 구시카와 야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연습경기에서 5-5로 비겼다. 경기 전 김광현은 취재진을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김광현은 "준비는 잘 되고 있다. 컨디션 나쁘지 않다. 이제 시차 적응이 됐다. 어제까지는 맹한 느낌이 있었는데, 오늘부터 컨디션도 괜찮고 날씨도 좋아서 괜찮다"고 현재 상태를 전했다.
KBO는 올해 ABS 스트라이크 존을 하향 조정한다. 앞서 KBO는 ABS 스트라이크 존을 타자의 신장에 비례해 상단 56.35%, 하단 27.64%를 적용했다. 시즌 종료 후 경기지표, ABS 판정 존 비교 분석, 스트라이크 존 조정에 따른 예상 변화 등을 토대로 실행위원회는 2025시즌부터 적용할 존 설정에 대해 논의했다. 그 결과 상단과 하단 모두 모두 0.6% 포인트씩 하향 조정한 상단 55.75%, 하단 27.04%를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신장 180cm 선수 기준 약 1cm가 내려가는 것.
ABS 존 변화에 대해 묻자 그간의 고민을 털어 놓았다. 김광현은 "ABS가 이제 시행된다고 처음 들었을 때 '어떻게 던져야 하지?'라는 고민을 작년에 많이 했다. 그래서 연습을 해봤을 때 높은 하이볼을 많이 줬다. 그래서 높은 볼을 진짜 연습을 많이 했었다. 사실 제 스타일을 포기하더라도 '이것을 해야 되나' 생각을 했는데 결국엔 안 맞더라"고 했다.
이어 "마운드에서 제 스타일은 타자의 타이밍도 뺐고, 어떨 때는 힘으로 강하게 밀어붙이기도 했는데, ABS랑 싸우고 있더라. 그래서 올해는 그냥 제 스타일대로 타자의 강점과 약점을 잘 찾아내서 승부하는 게 일단 첫 번째인 것 같다. ABS가 낮아졌다고 해서 그걸 신경 쓰다 보면 경기 중에 많이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 김광현은 31경기에 출전해 12승 10패 평균자책점 4.93를 기록했다. 162⅓이닝 동안 73볼넷을 허용, 9이닝당 볼넷 비율(BB/9) 4.05를 기록했다. 2023년(3.74)과 2022년(2.34)에 비해 상승한 수치. 달라진 경기력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ABS에 대한 고민도 한 몫 했을 터.
김광현은 "내가 생각했을 때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다고 봤는데 볼이 됐을 경우, 물론 반대의 경우도 생겼다. 그랬을 경우 마운드에서 많이 흔들리고 타자가 아닌 기계랑 싸우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안 좋았다"고 돌아봤다.
지난달 27일 만난 고영표도 비슷한 생각을 밝혔다. 고영표는 "일단 구위 회복이 우선이고 이후에 커맨드까지 되면 또 좋은 수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작년에 그게 아쉽다. 제가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커맨드가 안 되니까 ABS 존을 공략을 한다기보다는 따라가기 급급한 상황이었다.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구위나 커맨드를 만들고 이제 낮아진 존을 활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광현이 마음을 굳게 먹었다. ABS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간다. 2025년 김광현의 성적은 어떨까.
오키나와(일본)=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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