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입찰 의지 확고히 보이더니 돌연 불참…주민들 강한 배신감 토로
잠실우성 123차·방배15구역 이어 반복된 ‘무응찰’로 비판 확산
[마이데일리 = 신용승 기자]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6·7단지 재건축 입찰에 돌연 불참하며 ‘간보기’식 수주 전략으로 조합을 기만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과 서초구 방배15구역 재건축에서도 유사한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물산이 수주의지를 내비치다가 입찰 직전 돌연 철수하는 행위를 반복하면서,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포주공 6·7단지는 강남구 개포동 일원 1만6682㎡ 부지에 지하 5층에서 지상 35층 규모로 총 2698세대와 부대복리시설을 조성하는 대형 재건축 사업이다. 공사비만 1조5319억원으로 개포지구의 마지막 대규모 재건축 사업지다.
지하철 수인분당선 대모산입구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며, 우수한 학군을 자랑하는 대치동 학원가와도 가까워 강남 내에서도 최고 입지 중 하나로 평가된다. 개포주공 1~4단지와 8단지는 이미 재건축이 완료됐으며 개포주공 5단지도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마치는 등, 개포지구는 강남의 신흥 고급 주거단지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당초 삼성물산은 이 사업에 강력한 관심을 드러냈다. 최근까지도 자사의 브랜드 ‘래미안’ 광고를 단지 주변에 내걸었으며, 지난달 조합에 입찰의향서도 제출하는 등 강한 수주 의지를 보였다. 이에 조합원들은 현대건설과의 경쟁을 기대하며 입찰 결과를 기다려왔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입찰 마감 당일 갑작스레 불참을 선언해 조합원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특히 삼성물산의 불참 결정은 현대건설이 이미 세계적 건축설계 그룹인 미국의 SMDP와 손잡고 오랜 기간 철저히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충격이 더욱 컸다. 현대건설 임직원들은 SMDP의 스캇 사버 대표와 함께 현장을 방문해 “개포주공 6·7단지를 특별한 가치를 가진 강남의 랜드마크 단지로 만들겠다”고 밝히는 등 수주 의지를 강하게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수주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고 판단해 갑작스런 철수를 결정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이미 개포동 일대에 ‘디에이치 아너힐즈’와 ‘디에이치 자이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등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성공적으로 준공해 주민들의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또 일찍부터 적극적인 수주의지를 대외적으로 밝히고 있어 주민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기 때문이다.
삼성물산의 이 같은 ‘간보기식’ 입찰 전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송파구 잠실우성 1·2·3차에서는 입찰 조건을 자사에 유리하게 변경하기 위해 공사비 인상을 조합에 강력히 요구했다. 조합이 이를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입찰 당일 돌연 불참했다. 서초구 방배15구역에서도 입찰지침 변경을 요구하는 등 수주에 참여하는 것처럼 활동했지만, 결국 입찰을 포기하면서 조합원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간보기’식 입찰 전략의 이유를 ‘수익성’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삼성물산에 능통하다고 알려진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기대 수익률이 확보되지 않는 경쟁 입찰을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원하는 수익률이 보장된 수의계약 사업지에 집중한다”며 “입찰 과정에서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키기 위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갑작스럽게 포기하는 수주전략이 반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낮은 수익성을 이유로 주택사업에서 사실상 철수한 바 있다. 최근 다시 시장에 복귀해 수주잔고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으나, 사업성이 낮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재차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물산의 불참에 대해 개포주공 6·7단지 조합원들은 “조합을 기만하고 기대감을 허무하게 무너뜨렸다”며 강한 배신감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현대건설이 이미 단지 설계부터 심혈을 기울이며 주민들과 긴밀히 소통해왔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갑작스러운 불참 결정에 더 큰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업계에서도 삼성물산의 반복적인 ‘간보기식’ 전략이 조합과 조합원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유발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삼성이라는 브랜드 파워로 조합의 입찰 조건까지 유리하게 바꿔놓고, 마지막 순간 철수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며 “이 같은 행태가 지속될 경우 정비업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삼성물산의 입찰 의사와는 무관하게 개포주공 6·7단지를 강남권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주거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개포주공 6·7단지는 양재천과 대모산을 인근에 두고 있어 자연과 단지가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환경으로 강남권을 대표하는 하이엔드 주거단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현대건설 기술력과 글로벌 설계 노하우를 집약해 개포주공6·7단지를 랜드마크 단지로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신용승 기자 credit_v@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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