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김경현 기자] "현실적으로 (허)경민이가 위잖아요"
KT 위즈 내야수 황재균이 이강철 감독 앞에서 무력시위를 벌였다.
황재균은 17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시범경기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6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3타점을 적어냈다. 18일 경기가 강설 취소되며 이날 경기가 KT의 시범경기 최종전이 됐다.
최종전임을 직감한 것일까. 황재균이 만점 활약을 펼쳤다. 1회 2사 1, 2루에서 깔끔한 우전 1타점 적시타로 첫 타석을 마쳤다. 3회 2사 1루에서도 우중간 1타점 적시타를 쳤다. 5회 주자 없는 2사에서 루킹 삼진으로 타격감을 조율했고, 7회 1사 1, 3루에서 중견수 방면 1타점 희생플라이로 3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수비에서도 제 몫을 다했다. 경기 내내 3루를 지키며 무실책 경기를 펼쳤다. 특히 경기를 끝내는 다이빙 캐치가 백미였다. 팀이 9-6으로 앞선 9회말 2사에서 마무리 박영현이 이유찬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큰 것 한 방이면 1점 차가 되는 상황. 박지훈이 친 날카로운 타구가 3루 방면으로 날아들었다. 황재균은 몸을 날려 박지훈의 안타성 타구를 지웠다. 이 호수비로 경기는 KT의 승리로 끝이 났다.
18일 만난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에 대해 "잘하면 좋죠"라면서도 "백업들이 잘하면 좋다. 주전 같은 백업"이라고 했다.
최근 이강철 감독은 황재균의 역할을 1·3루 백업으로 고정시켰다. 앞서 허경민을 영입한 뒤 황재균은 내외야 유틸리티 요원으로 2025시즌을 준비했다. 12kg을 감량하며 유격수와 2루수, 좌익수까지 소화할 몸 상태를 만들었다. 이강철 감독도 시범경기 초반까지 황재균을 다양한 포지션에 기용하며 실험했다. 그런데 최근 생각이 바뀌었다. 이강철 감독은 어린 선수들 육성을 천명하며 황재균을 1·3루 백업으로 쓴다고 밝혔다.
'백업' 황재균 기조가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강철 감독은 "현실적으로 (허)경민이가 위잖아요. 어쨌든 간에"라면서 주전 허경민, 백업 황재균 구도를 못 박았다.
허경민은 명실상부 '국가대표' 출신 3루수다. 통산 타율이 0.303에 달할 정도로 정교한 타격을 자랑한다. 지난 시즌에도 115경기에 출전해 129안타 6홈런 61타점 타율 0.309 OPS 0.811을 기록했다. 수비 또한 견실하면서 정확한 플레이로 정평이 나 있다.
황재균 역시 KBO리그를 대표하는 '철인' 3루수다. KBO리그 통산 220홈런 232도루를 기록한 5툴 플레이어이며, 역대 3위에 해당하는 618경기 연속 출장 기록 보유자다. 현재 이정후가 뛰는 미국 메이저리그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은 주춤했다. 137경기에 출전해 128안타 13홈런 5타점 타율 0.260 OPS 0.692를 적어냈다. 롯데 자이언츠 시절인 2012년(0.681) 이후 처음으로 OPS가 0.700 밑으로 하락했다. 삼진 비율(14.0→17.7%)과 볼넷 비율(9.8→6.3%) 수치도 나빠졌다. 지난 7년간 마법사 군단의 3루를 지켰지만, 시즌 시작은 주전 경쟁에서 밀린 것.
다만 팀 입장에서는 놀라운 성장이다. 이강철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19년 (시범경기에서) 1승도 못 했다. 1무 한 번 하고 전패했다. 그리고 개막 5연전 전패했다"며 "이제는 (유리한 상황에서) 이기려고 마음먹으면 이길 수 있는 전력이 됐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취재진이 '황재균이 백업이 됐다'고 하자 "그러니까요. 많이 좋아졌다"고 격세지감을 느꼈다.
수원=김경현 기자 kij445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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