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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무대에 오르는 순간, 뜨거운 시선이 쏟아지고 함성이 울려 퍼진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꿈꾸는 '꿈의 무대'이며, 성공과 성장을 상징하는 공간. '입성'이라는 타이틀이 여전히 빛나는 곳. 바로 체조경기장(현 KSPO DOME)이다.
에스파는 지난달 15~16일 체조경기장에서 두 번째 월드투어 '싱크 : 패러렐 라인(SYNK : PARALLEL LINE)' 앙코르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번 월드투어로 아시아와 북남미, 유럽 등 총 18개 도시에서 43회 공연을 펼쳤지만, 체조경기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카리나는 공연 중 "드디어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하게 됐다. 우리 마이(팬덤명)들 덕분"이라며 기쁨을 드러냈다.
에이티즈도 지난달 22~23일 월드투어 '투워즈 더 라이트 : 윌 투 파워(TOWARDS THE LIGHT : WILL TO POWER)'의 피날레를 체조경기장에서 장식했다. 일본과 유럽, 북미 등 13개 국가, 24개 도시에서 33회 공연을 펼쳤지만, 체조경기장은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성화는 "고3 때 근처에서 생활하며 '이런 무대에 설 수 있을까' 하고 의심했는데, 멤버들과 에이티니(팬덤명)를 만나 결국 여기까지 왔다"며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체조경기장을 찾은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마이데일리와 닉네임으로 인터뷰에 응한 '닝닝아사랑해' 씨는 "데뷔 때부터 에스파를 좋아했는데, 체조 입성을 보니 감동적"이라며 설렘을 표했다. 함께 공연장을 찾은 '닝닝여자친구' 씨도 "체조에서의 공연이 너무 기대된다. 앞으로 더 큰 공연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후 팬들의 소감도 이어졌다. '윈터여친' 씨는 "에스파가 잠실실내체육관을 거쳐 체조경기장까지 왔다. 참 많이 성장했구나 싶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지젤아내김지우' 씨는 "체조에서의 공연은 규모도 크고 호응도 남달랐다. 월드투어를 마치고 돌아온 에스파가 체조를 가득 채운 모습을 보니 '이렇게 성장했구나' 싶었다"고 감동을 전했다.
에이티즈의 팬들도 이번 공연에 설렘을 드러냈다. 유일하게 실명으로 응한 유코 씨는 가장 좋아하는 멤버를 묻자 "성화"라고 수줍게 답했다. 유코 씨는 "오직 에이티즈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왔다. 그간 일본 콘서트도 갔고 한국 콘서트, 팬미팅도 갔었다"며 "(이번 공연에서는) 전체적으로 에이티즈의 새로운 무대, 음악과 퍼포먼스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조경기장의 열기가 가라앉은 뒤 '에이티즈정윤호짱' 씨는 "에이티즈가 체조에서 무대를 하니 내가 긴장되고 설레기도 했다"며 "규모가 커지다 보니 함성이나 호응도 커져서 즐기기 더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우영짱' 씨는 "이전 콘서트를 모두 갔다. 예스24라이브홀에서 콘서트를 했을 때부터 좋아했는데, 이번에 체조를 가득 채운 걸 보니 감격스러웠다"며 "관객 호응도 커졌고, 사람들이 에이티즈를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1986년 완공된 체조경기장은 2018년 리모델링을 거치며 39년의 역사를 이어왔다. 최대 수용 인원 1만5000명으로 오랫동안 '국내 최대 실내 공연장'으로 자리했지만, 2015년 고척스카이돔이 완공되면서 그 타이틀을 넘겨줬다. 2023년에는 인스파이어 아레나까지 개장하며 '최대 규모 전문 공연장'의 자리도 내주게 됐다.
또한 K-POP의 글로벌한 인기에 힘입어 잠실종합운동장(약 6만5000명), 상암월드컵경기장(4만 5000명) 등 스타디움에서의 대형 공연도 증가하고 있다. 두 경기장에서의 공연이 어렵게 된 뒤에는 고양종합운동장(4만),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3만)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럼에도 체조경기장은 여전히 주요 공연장으로 자리하고 있다. 라이즈는 지난해 팬콘 투어 피날레를 체조에서 장식, 같은 해 데뷔한 보이그룹 중 첫 '체조 입성'으로 주목받았다. 인피니트는 데뷔 15주년 콘서트를 체조에서 개최했고, 최근 샤이니와 태민도 팀과 솔로로 각각 공연을 예고해 화제를 모았다. 가수 윤하, 나훈아, 영탁, 조용필 등도 꾸준히 이곳을 찾아 체조경기장의 존재감을 이어가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체조경기장은 K-POP 아티스트와 함께 역사를 써왔다. 아티스트의 성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이자, 성공의 지표가 되는 곳으로서 여전히 의미가 크다"며 "연습생 시절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보며 '언젠가는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가진 아티스트가 많다. 그런 점에서 체조경기장 입성은 지금도 유효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 역시 "체조경기장 입성은 국내 인기의 척도를 보여주는 지점이다. 규모가 더 큰 공연장이 생겼지만 그 기간이 짧아 '체조 입성'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을 넘기 힘들어 보인다. '체조 입성'이라는 고유의 타이틀은 아티스트에게도 크게 와닿는다"며 "예전에 비해 체조경기장을 채우는 팀이 많아진 것은 맞지만 전체로 보면 여전히 소수의 팀만이기에 그 타이틀의 가치는 변함없이 크다"고 전했다.
이렇듯 체조경기장은 여전히 '꿈의 무대'다. 규모가 더 큰 공연장도 등장했지만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체조에 서기 위해서는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곡, 객석을 채울 수 있는 팬덤, 퍼포먼스를 이끌 수 있는 능력까지 필요하다. 아티스트에게는 성장과 성공을 의미하는 특별한 지표일 수밖에 없다.
팬들에게도 체조경기장은 특별한 장소다.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곳이 아니라, 함께 걸어온 시간과 성장을 실감하는 공간이 된다. 가요계 역시 '체조 입성'을 하나의 성취로 보며, 아티스트의 입지를 재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체조 입성'이라는 타이틀은 계속해서 회자되며, 그 상징성 또한 쉽게 희석되지 않고 있다.
박송아 대중문화평론가는 "체조경기장에 서면 인정받는다는 느낌을 아티스트들이 어릴 때부터 받는다"며 "체조는 단순히 티켓파워만으로 설 수 있는 무대가 아니다. 수용 인원이 많고 보통 이틀 이상 공연해야 하는 데다, 대중성과 팬덤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대관 심사 또한 존재해 아무나 설 수 없는 공연장이라는 점에서 그 상징성이 유지된다"고 짚었다.
박 평론가는 "아티스트들에게 체조경기장에서의 공연은 하나의 '챕터'를 완성하는 과정과 같다.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는 것은 자신만의 서사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순간"이라며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간으로, 체조경기장의 상징성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다윤 기자 k_yo_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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