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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박병호가 먼저 도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지난 2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맞대결에서 시즌 1호 '벤치클리어링'이 발발할 뻔했다. 다행히 충돌은 없었지만, 삼성 박병호는 단단히 뿔이난 모습이었다.
상황은 이러했다. 두산이 2-0으로 앞선 7회초 '메이저리그 28승' 콜 어빈이 선두타자 구자욱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출발했다. 그리고 강민호에게 홈런성 타구를 허용했는데, 비디오 판독 결과 홈런이 아닌 2루타로 정정이 되면서, 어빈은 1사 2루 상황에서 투구를 이어갔다.
어빈은 위기 상황에서 만난 르윈 디아즈를 상대로 삼진을 뽑아냈고, 후속타자 박병호를 상대로는 우익수 뜬공으로 유도하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고,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를 완성했다. 그런데 공·수 교대가 되는 타이밍에 어빈이 박병호를 향해 무언가의 말을 내뱉었고, 이를 들은 박병호가 갑작스럽게 흥분하기 시작했다.
원인을 제공한 어빈은 발끈한 박병호에게 이렇다 할 추가 행동을 하지 않고 더그아웃으로 돌아갔지만, 박병호는 좀처럼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에 몇몇 선수들이 박병호를 다독이면서, 다행히 큰 충돌 없이 상황이 마무리됐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어빈에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에 대해 물었다.
어빈은 "문화적인 차이가 있었고, 나도 7회를 마무리한 것 때문에 흥분한 것도 있었다. 만약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면, 내일(29일) 박병호를 찾아가서 그 오해를 풀겠다"고 말했다. 이어 박병호에게 어떤 이야기를 했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중계 카메라에 (입 모양이) 잡혔을 수도 있기 때문에 다시 그말을 여기서 하고 싶지는 않다"며 "박병호가 미국에서 뛴 것은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일 찾아가서 오해를 풀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에 양 팀 사령탑들이 입을 열었다. 이승엽 감독은 어빈과 박병호가 언쟁을 주고 받은 장면에 대한 질문에 "경기를 하다 보면 그럴 수 있지만, 사과를 한다고 하더라. 경기 중에 마음이 너무 앞서면 행동이 커질 수 있다. 오해가 생겼으면 풀면 된다. 디테일한 것까지는 모르겠지만,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렇다면 박진만 감독은 어떻게 봤을까. 사령탑은 "한국에서는 빠던도 하고 여러 가지가 가능하다. 그게 또 팬들한테 보여주는 팬 서비스다. 외국인 선수가 첫 해에 오다 보니 그런 문화적인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뒤에서 따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한국 문화를 익혀나가면 이런 불상사는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진만 감독은 '박병호가 많이 흥분을 했더라'는 말에 "박병호가 그런 스타일은 아니다. 먼저 도발하지 않으면 박병호가 먼저 도발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미국까지 갔다 온 선수다. 톤이나 이런 부분에서 그만큼 자극적이었기 때문에 박병호가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 생각한다. 미국에 캠프로 갔던 것도 아니고 메이저 경험을 한 선수가 아닌가. 그래서 억양과 톤에서 박병호가 무언가를 느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박진만 감독은 '박병호가 어빈보다 메이저리그 3년 선배'라고 하자 "먼저 메이저리그를 경험한 선수에게 사과를 해야지. 그게 한국 문화거든"이라고 농담을 하며 웃음으로 논란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어빈과 박병호는 경기 개시 한 시간을 앞두고 3루 더그아웃쪽에서 만나 오해를 풀었다.
잠실 =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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