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美 상호관세 90일 '유예' 최악은 피했지만
품목관세 여전히 '변수'…산업계 대응 혼란
글로벌 불확실성 속 직접 뛰는 4대그룹 총수들
[마이데일리 = 황효원 기자] 미국발 통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 속 국내 재계 총수들이 글로벌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총수들은 직접 미·중 정상들을 만나며 글로벌 공급망 확대와 대응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계는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다시 방미단을 꾸렸다. 트럼프 관세정책이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는 상호관세 90일간 유예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지만 머지않아 관세폭탄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앞서 2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이끈 '대미 아웃리치 사절단'에 이어 이번에는 한국무역협회(무협)를 중심으로 7개 단체가 함께 방문단으로 구성돼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방문했다.
전날(15일) 워싱턴 DC로 떠난 이번 방미단은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과 김정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부회장, 이경호 한국철강협회 부회장 등 부회장단을 주축으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원자력산업협회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17일까지 워싱턴DC에서 미국 정부 주요 인사와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핵심 인사 등을 두루 접촉해 한·미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관세 조치로 한국 기업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아웃리치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다음 달 중순에는 윤진식 무역협회 회장이 무협 회장단과 함께 대미 무역사절단으로 워싱턴 DC를 찾아 상호관세 등에 대한 한국 기업·산업계 입장을 설명할 계획이다. 내달 방미단은 현대차와 LG전자, 효성그룹, 대한항공 등 주요 기업들이 참석하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달에도 미국 공화당의 핵심 지역인 남부 주요 주의 인사들을 만나 한국 기업의 투자 성과와 경제적 기여를 강조하고 우리 기업에게 유리한 투자 환경을 요청한 바 있다. 윤 회장은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를 만나 반도체법 보조금 축소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우려를 전달했으며, 스튜어트 맥호터 테네시 경제공동체개바부 장관, 휴 맥도날드 아칸소 상무장관 등과 면담했다.
미국의 관세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산업계의 피로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공급망 확대 대응책을 모색하던 총수들은 결국 직접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중국과 일본을 차례로 방문하며 글로벌 경영에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중국 출장에서 귀국한 지 닷새만에 다시 일본으로 출국했다.
이 회장은 중국에서는 샤오미 전기차 공장과 비야디(BYD) 본사를 찾는 등 전장(자동차 전기·전자 장비)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이 회장이 BYD 본사를 방문한 것은 2018년 5월 이후 7년 만으로 당시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이 왕촨푸(王傳福) BYD 회장 등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전장 관련 협력 논의를 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실제 성과도 나왔다. 삼성전기는 BYD에 MLCC(적층세라믹커패시터)를 대규모로 공급한다. 주력 제품인 MLCC의 사업 영역을 스마트폰을 넘어 전장(차량용 전자·전기장비)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BYD는 이미 삼성전기 고객사 중 하나로 협력관계를 다져왔다. 본격화된 이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도 이번 수주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미국 정부와의 교류에 더욱 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수장이기도 한 최 회장은 한국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2월 말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당시 최 회장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백악관 고위 당국자와 의회 주요 의원들, 재무부 관계자 등을 만나 조선과 에너지 등 6대 분야를 중심으로 한미 양국간 전략적 산업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SK는 그룹 차원의 북미 대관 조직 재정비를 통한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선제적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SK그룹은 지난해 미국 관련 대외 업무를 통합한 'SK아메리카스'를 신설하고 유정준 부회장을 수장으로 앉혔다. 트럼프 및 공화당 관련 인사들을 북미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고 통상관료 출신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정책에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혼선이 빚어지자 현지 내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지 사정에 밝은 인사들을 전면 배치하는 승부수를 택했다. 그룹 차원에서 미국 정가와 소통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자동차그룹(HMG)은 드류 퍼거슨(Drew Ferguson)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을 5월1일자로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에 선임한다고 15일 밝혔다.
퍼거슨 신임 HMG워싱턴사무소장은 공화당 소속의 미국 조지아주 4선 연방하원의원 출신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퍼거슨 신임 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 내 제조업 부흥과 일자리 창출, 세제 개혁 등 핵심 정책들을 적극 지지하고 추진했다. 특히 제조업 기반 강화를 위한 입법 활동에 참여하며 공화당 내 정책 추진에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 정부·의회와 현대차그룹 사이의 소통을 총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속 미국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대미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한 미국대사를 지낸 성 김 현대차 자문역을 사장으로 승진, '북미통'인 호세 무뇨스 최고운영책임자(COO)를 현대차 사상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로 앉혔다. 자동차 분야는 2일 발표된 상호관세는 피했지만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 등 핵심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 등은 5월3일 이전에 발효될 예정이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관세 장벽으로 인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성장의 토대로 '고객 가치'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며 임직원 사기 진작에 나섰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제2의 도약'을 위한 미래 성장 가치로 '고객'에 방점을 쏟고 있다. 아울러 LG전자는 5월 초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한다. LG전자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으로 현지에 특화된 저렴한 에어컨을 중심으로 한 가전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2026년 말 가동 예정인 신공장에서는 인도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한 제품 위주 생산을 통해 프리미엄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에 맞춰 공급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지 생산 제품은 인도를 비롯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도 공급한다.
황효원 기자 wonii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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