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천천히 끓어오른 국이 더욱 깊고 풍미가 깊듯,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 차근차근 쌓아온 연기 내공을 40대가 돼서야 폭발시키는 이들이 있다.
지난해 유행했던 '흑백요리사'의 "이븐하게 익은"이라는 표현처럼 차근차근 쌓아온 역량을 최근 발산하는 배우 마동석, 박해준, 최대훈의 사례가 바로 그렇다.
1971년생인 마동석은 2004년 영화 '바람의 전설'을 통해 데뷔했다. 당시만 해도 탄탄한 체격과 걸맞은 개성파 조연으로 눈길을 끌었으나, 스타 배우 반열에 이름을 올린 건 2017년 '범죄도시'가 대히트를 치면서부터다. 만 40대 후반에 한층 무르익은 '마동석 표' 액션이 대중의 열띤 호응을 얻은 셈이다.
그런 마동석이 오는 30일 개봉하는 오컬트 액션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로 마동석이 또 한 번 폭발적 인기를 견인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해결사 팀 '거룩한 밤'의 바우 역을 맡아, 악을 숭배하는 집단에 맞서는 박력 넘치는 액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1976년생인 박해준은 2000년 영화 '밀레니엄 살인행진곡'으로 데뷔했지만, 대중의 뇌리에 강렬히 각인된 건 상대적으로 늦은 시기다. JTBC '부부의 세계'에서 이태오 역할을 열연한 데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양관식으로 ‘국민 남편’ 이미지를 새로이 구축했다.
만 40대가 돼서야 온몸을 던지는 감정 연기에 완전히 물이 올랐다는 평을 받는 박해준의 다음 행보는 영화 '야당'이다. 16일 개봉한 이 작품은 대한민국 마약판을 설계하는 브로커 ‘야당’과 그를 쫓는 검사, 그리고 모든 걸 건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액션물. 여기서 박해준이 어떤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모인다.
1980년생인 최대훈 역시 2002년 단편영화 '자반 고등어'로 데뷔한 뒤 긴 무명 생활을 거쳤지만,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를 만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제대로 받았다. 극 중 도동리 썅길이·부상길 역을 맡은 최대훈은 "학씨"라는 유행어를 탄생시키며 압도적 존재감을 뽐냈다. 재치 넘치는 표현과 능청스러운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이런 배우가 있었나" 하는 놀라움을 안긴 것.
그는 차기작 '더 원더풀스'에서 또 한 번 새로운 면모를 예고하고 있다. 종말론이 번성하던 1999년을 배경으로 초능력을 얻게 된 동네 허당들이 빌런에 맞선다는 유쾌한 초능력 코믹 액션 어드벤처로, 최대훈의 팔색조 매력이 어떻게 또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동석, 박해준, 최대훈 세 배우의 공통점은 오랜 무명 혹은 조연 시절을 견디며 연기력을 다져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더디게 달궈진 도자기나 솥단지처럼, 스스로를 빛나게 만드는 시기를 맞이했다.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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