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사악한 포크볼"
LA 다저스 사사키 로키는 20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글로브라이프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와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78구, 2피안타(1피홈런) 3볼넷 4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일본프로야구 최연소 퍼펙트게임의 위업을 보유,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최고 165km의 초강속구를 뿌리며 일본 대표팀의 '전승우승'에 큰 힘을 보태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사사키는 올 시즌에 앞서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25세 미만의 선수에게는 메이저리그 구단이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이 제한돼 있는 만큼 수많은 구단들이 사사키를 영입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냈다. 그 결과 사사키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가 컷던 탓일까. 뚜껑을 열어본 뒤 사사키의 모습은 조금 아쉬웠다. 지난달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개막시리즈에서 사사키는 1회부터 100.5마일(약 161.7km)의 엄청난 볼을 뿌렸으나, 3이닝 동안 5개의 볼넷을 헌납하는 등 1실점(1자책)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리고 30일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상대로는 무려 4개의 볼넷으로 불안한 투구를 거듭, 1⅔이닝 만에 강판되는 굴욕까지 겪었다.
특히 디트로이트전에서 사사키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교체 지시에 불만이 있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고, 이로 인해 많은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4월 일정이 시작된 후 최근 투구 내용은 확실히 개선이 돼 가는 모양새다. 지난 6일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4이닝 1실점(1자책)을 기록한 사사키는 13일 다시 만난 컵스를 상대로 5이닝 1실점으로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다만 메이저리그 첫 피홈런이 패전으로 연결된 것은 옥에 티였다.
그리고 20일 사사키가 빅리그에서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마크했다. 사사키는 1회 마커스 세미엔-코리 시거-조쉬 스미스로 이어지는 텍사스의 상위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으며 경기를 시작, 2회에도 아돌리스 가르시아-작 피더슨-조쉬 영을 깔끔하게 요리했다. 구속이 나오지 않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결과들을 만들어낸 셈.
첫 실점은 3회였다. 선두타자 더스틴 해리스에게 볼넷을 내주더니, 후속타자 카일 히가시오카에게 94.5마일(약 152.1km)의 포심을 공략당해 좌월 투런홈런을 허용한 까닭. 그래도 사사키는 큰 위기 없이 텍사스 타선을 묶어냈고, 4회초 타선의 지원을 받은 가운데 4회말에도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5회에는 삼진 1개, 땅볼 2개로 이닝을 매듭지으며 승리 요건을 확보했다.
투구수에 여유가 있었던 만큼 사사키는 6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선두타자 시거를 뜬공으로 잡아낸 사사키는 후속타자 스미스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가르시아를 병살타로 잡아냈고, 6이닝 2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하지만 이날 사사키는 승리와 연이 닿진 못했다. 9회말 경기를 매듭짓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커비 예이츠가 1점차의 근소한 리드를 지켜내지 못했던 탓이다.
그래도 이날 사사키의 투구를 향해서는 극찬들이 쏟아졌다. 1회 최고 구속이 94.1마일(약 151.4km), 경기 최고 구속도 96.9마일(약 156km), 평균 구속 또한 94.7마일(약 152.4km)에 불과할 정도로 스피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는 텍사스 타선을 6이닝 2실점으로 묶어낸 까닭. 이날 사사키의 구속은 평소보다 2.2마일(약 3.54km) 씩이나 떨어져 있었다.
이날 사사키의 투구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2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작 피더슨과 맞대결이었다. 사사키는 1B-2S의 유리한 카운트에서 4구째 86.5마일(약 139.2km)의 포크볼을 던져 삼진을 뽑아냈는데,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 포크볼의 낙차는 무려 45인치(약 114.3cm)에 달했다. 1m 14cm씩이나 떨어지는 볼은 알고도 칠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볼에 극찬들이 쏟아졌다. '피칭닌자'로 잘 알려진 투구 분석가 롭 프리드먼은 피더슨을 삼진 처리한 사사키의 투구에 대해 "사악한 포크볼"이라고 극찬을 보냈다. 그리고 일본 '풀카운트'는 "직구의 위력은 사사키의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결정구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고 평가, 미국과 일본 팬들도 열광했다.
그리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 또한 "구속이 그다지 빠르지 않았음에도 텍사스 타선을 상대로 6이닝을 던진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공을 잘 사용했다. 95~96마일의 공으로 메이저리그 타자를 아웃시킬 수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