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황당한 2구 삼진.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KT 위즈전. KT 토종에이스 고영표(34)는 9이닝 3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완투완봉승을 따냈다. 투구수도 100개에 불과했다. 5경기서 2승 평균자책점 1.65. 시즌 초반 맹활약이다.
올해 고영표는 주무기 체인지업의 위력이 완전히 되살아났다. 작년과 달리 피치터널(투수가 공을 던진 순간부터 타자가 구종을 구분할 수 있는 구간)이 길어졌다는 게 본인의 설명이다. KIA 타이거즈 최원준은 고영표의 체인지업을 두고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못 친다”라고 했다. 고영표는 그런 최원준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오타니가 한 번쯤은 자신의 체인지업에 속을 것 같다고도 했다.
키움 타자들이 최근 페이스가 좋은 고영표에게 고전했던 건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키움으로서도 100구에 완봉패를 당한 것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선 고영표의 구위와 능력과 무관하게, 타자의 부주의로 벌어진 ‘2구 삼진’도 있었다.
0-5로 패색이 짙던 9회말. 김건희가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섰다. 7회초 수비부터 마스크를 쓴 포수 김건희의 첫 타석이었다. 김건희는 초구와 2구 체인지업에 잇따라 헛스윙을 했다. 중계방송사가 제작한 화면만 봐도 당황하는 표정이 보였다.
그런데 2구 이후 타석을 벗어난 김건희가 다시 타석을 들어오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주심은 김건희에게 스트라이크 판정과 함께 삼진 콜을 외쳤다. 타자의 피치클락 위반이었다. 투수가 무주자시 20초, 유주자시 25초만에 공을 던지지 않으면 자동 볼 판정을 받는다. 타자도 33초 이내에 타석에 들어서지 않으면 자동으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는다.
투수보다 여유가 있기 때문에, 타자의 피치클락 위반은 쉽게 보긴 어렵다. 그러나 김건희가 하필 2스트라이크를 당한 뒤 피치클락을 위반하면서 결과적으로 ‘2구 삼진’을 당하고 말았다. 어차피 승부가 기울어진 상황이긴 했지만, 지고 있는 팀으로선 공 하나라도 더 끈질기게 따라가고 쳐야 하는 걸 감안하면 김이 새는 결과였다.
홍원기 감독이 즉각 주심에게 상황 설명을 요청했으나 피치클락 위반이란 얘기를 들으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덕아웃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김건희도 처음엔 상황을 판단하지 못했으나 이내 수긍했다. 모든 타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시간이니 할 말은 없었다.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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