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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작년 경험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은 것 같다"
미국 '이스트 베이 타임스'는 24일(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타선을 이끌고 있는 이정후를 집중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매체가 취재한 결과 이정후가 작년보다 공격에서 눈에 띄게 좋아진 배경으로 '적응'을 꼽았다.
이정후는 2024시즌에 앞서 6년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을 통해 샌프란시스코의 유니폼을 입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전무한 이정후에게 1억 달러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는 점에서 샌프란시스코의 기대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지난해 홈런성 타구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펜스와 충돌해 어깨 수술을 받게 되면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을 단 37경기 만에 종료하게 됐다.
하지만 올해 이정후는 작녀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내는 중이다. 24일 이정후는 밀워키 브루어스와 맞대결에서 시즌 3번째 3안타 경기를 선보이며 펄펄 날아오르더니, 25일 멈췄던 2루타 생산도 재개했다. 시즌 초반 활활 불타올랐던 타격감이 최근 하향곡선을 그리던 중 다시 불을 지핀 것이었다. 그 결과 24일 경기가 시작되기 전 0.315까지 떨어졌던 타율은 0.333까지 치솟았고, 다시 메이저리그 타격 TOP 10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온전히 재활에만 매진했던 이정후가 이렇게까지 공격력에서 좋아질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이스트 베이 타임스'는 "이정후의 뜨거운 출발의 원인은 영상이나 통계에서 찾을 수 없다. 겉으로 보기엔 그의 메커니즘은 한국에서 처음 올 때와 같다. 통계적으로도 이정후는 여전히 삼진이 적고, 컨택 위주의 타격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즉 공을 때리는 능력이 뛰어난 타자라는 정체성은 그대로"라면서 "이정후는 이러한 출발의 열쇠를 '시간이 주는 여유'에서 찾는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야구'라는 종목의 플레이 방식은 같다. 그러나 20년 이상을 생활했던 한국과 완전히 새로운 환경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과의 차이점은 크다. 언어는 물론 문화, 식생활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이는 몇 개월 생활을 한다고, 곧바로 적응이 되는 것도 아니다. 밥 멜빈 감독은 "내가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서 뛰어야 한다면, 그들이 겪는 어려움을 진정으로 알게 될 것이다. 구단들은 최선을 다해 적응을 돕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온 선수들에겐 생활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정도다.
그런데 이정후에게는 37경기 만에 시즌아웃 된 이후의 시간이 매우 뜻깊게 사용된 모양새. 시즌은 37경기 만에 뛰지 못하게 됐지만, 이정후는 시즌 막판엔 선수단에 합류해 선수들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정후도 멜빈 감독도, 팻 버렐 타격 코치도, '이스트 베이 타임스'도 올 시즌 좋은 스타트가 지난해 '적응 시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이스트 베이 타임스'는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으며 삶 전체를 통째로 옮겨왔다. 새로운 팀, 새로운 동료들, 새로운 감독과 코치진, 낯선 나라, 낯선 문화, 언어와 풍습. 경기에 나가기도 전에 이정후는 구단의 얼굴 중 하나가 됐다. 그리고 37경기 만에 어깨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지만, 작년은 이정후는 메이저리그의 시즌 흐름과 리듬을 익히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이정후는 어깨 보호대를 벗은 이후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더그아웃에 머물렀다"고 전했다.
버렐 타격 코치는 이정후를 향해 극찬을 쏟았다. 그는 "작년에 충분히 경험하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감을 잡은 것 같다. 그렇게 오랜 시간 결장했기에 당연히 걱정은 있었지만, 이정후는 엄청난 운동선수다. 수술 이후에도 아무런 문제 없이 회복했다. 오히려 스윙이 훨씬 자유로워 보이고, 타석에서도 편해 보인다. 보는 재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며 "공을 정말 잘 본다. 타석에서 판단도 훌륭하고, 조급함이 없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도 크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스트 베이 타임스'는 "이정후는 25경기도 채 안 돼서 이미 지난시즌(득점, 2루타, 3루타, 홈런, 타점, 도루)을 뛰어넘었다. 이정후의 이런 활약은 더욱 놀랐다. 첫 시즌은 5월이 끝나기도 전에 종료됐기 때문이다. 이정후가 불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적어도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이정후는 한국과 미국을 통틀어 샌프란시스코 선수단 내에서 가장 많은 미디어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는 한국 선수로 역대 최고 규모 계약을 자랑하는 선수이기에 당연한 결과다. 최근에는 '후리건즈(Hoo Lee Gans)' 응원단도 등장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부담보다 책임감을 말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에 이정후는 "구단으로부터 받은 금액을 생각하면, 그에 걸맞은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여기서 좋은 인상을 남기면, KBO 선수들이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의 성적만 신경 쓰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미래에 빅리그로 도약할 후배들까지 생각하는 이정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한 마디가 아닐까.
박승환 기자 absolut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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